송우석을 변호한다
송우석을 변호한다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7.02.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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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편안한 길로 멈추지 않고 가면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돌아섰습니다. 남들처럼 아내에겐 멋진 남편으로, 아이들에겐 능력 있는 아빠로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는 좁은 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존주의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그는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실존이란 건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때론 펄펄 뛰는 날 것으로 드러내기도 해야 한다고 몸소 가르쳐 주었습니다.

`국가'라는 추상성(抽象性)을 `국민'이라는 구상성(具象性)으로 치환하지 못한 채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을 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핏발을 세워 질타했습니다. 그는 간결하고 쉽게 진격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당당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위장된 권위는 스스로의 두려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나는 송우석을 변호합니다. 같은 지역의 70%에 달하는 동료들이 그의 변호인이 되었던 것처럼, 나 또한 송우석을 변호합니다.

돼지국밥 한 그릇이라도 그와 함께 뜨겁게 나누고 싶은 마음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그를 위해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의 `진정한 여행'이란 시를 떠올립니다.

2013년에 영화 `변호인(The Attorney, 2013)'을 보고 썼던 소감입니다. 그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관람을 하고 쓴 소감은 다음과 같은 물음들로만 따로 남겨 놓기도 했더군요. 물음이란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요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죠.

1. 인물과 사건이라는 실제의 요소는 허구(虛構)라는 장치로부터 얼마나 제약받을 수 있을까? 예를 들자면, “이 영화의 실제는 허구를 능히 뛰어넘는다고 보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역설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2.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3. `절대 포기하지 말자'라는 결심을 한 뒤, 다른 사람들이 감동할만한 결과물을 7년 안에 이룬 적이 있는가?

4.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꿈과 직결되었던 직업을 그만둔 적이 있는가?

5. 누군가의 하소연을 듣고는, “억울할 만 하네요”라며 진심으로 공감해 준 적이 있는가?

6.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보고 있는가?

7. 자신을 비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8.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를 `청맹과니(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9. 세상을 말랑말랑하다고 보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보는가?

10.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찍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11. 역사란 무엇인가?

12. 신념과 가치를 위해서라면, `또라이'가 되어도 좋은가?

13. 지금의 세상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있는가?

14. 진실은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믿는가?

15. 국민 스스로가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국가는 병든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16.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가?

17.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듣고 싶어 할 때, 당신은 그 자리에 있었는가?

18. 당신의 뒷모습은 어떠한가? 아름다운가?

나는 송우석을 변호합니다. 지금도 그때처럼 말입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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