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와의 공존을 바라며
백로와의 공존을 바라며
  • 김병국<청주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17.02.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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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김병국

백로는 예부터 희고 깨끗해 청렴한 선비를 상징해왔으며 길한 새로 인식돼왔다. 청주에서는 2015년부터 백로 떼가 도심지로 들어오면서 점차 길조(吉鳥)의 이미지가 사라져가고 있다. 주택가 인근에서 백로 떼가 집단서식하면서 소음, 깃털 날림 등 주민피해를 발생하고 있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철새가 이동하는 것은 딱 2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번식과 먹이활동. 백로 떼가 집단서식지를 결정하는 데는 안전한 번식과 원활한 먹이활동을 하기 좋은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백로는 서식에 위협을 느끼면 번식을 앞당기거나 번식횟수를 늘린다고 하므로 개체 수에 영향을 준다. 무심천은 원활한 먹이 공급원이 되고, 주택가 인근은 백로에게는 안전한 서식공간일 것이다. 백로의 서식지는 먹이공급원에서 30㎞까지 넓혀질 수 있다고 하므로 무심천 인근으로만 예상할 수는 없다. 백로 떼는 무리를 지어 집단서식하기 전에 선발대 10여 마리가 둥지 틀 장소에 미리 도착한다고 한다. 선발대의 활동 시기는 2~3월이고, 뒤따르는 본대는 선발대 무리가 서식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 않으므로 집단서식지 유도에 중요한 착안점이다.

청주시는 지난 12월 전문가의 조언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국립생태원, 황새생태연구원 및 백로집단서식지를 연구했던 대전·세종발전연구원 등의 전문가와 지역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도심지 백로 집단서식에 따른 민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요약하면, 백로 피해 방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초기 서식지 정착을 방해하는 활동이나 간벌은 장기적인 대응 방안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서식지 정착을 방해하는 활동은 백로 선발대 무리가 도착하는 지점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백로가 서식할 것으로 예상하는 위치가 주택가에서 가까운 장소일 경우 둥지 털기 등 초기 대응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청주시에서는 올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 백로의 동태를 파악하고 초동 대응을 하기 위해 야생동물보호원 2개 반(7명)을 상시 운용하기로 했다.

서식지 유도는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외곽지역으로의 유도가 관건이다. 초동 대응은 선발대 무리의 둥지 털기와 잔가지 제거와 상황에 따라 고주파 조류 퇴치기를 신속히 설치하는 것이다. 백로 서식지 유도는 매우 어렵고 그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초동대응을 하지 않으므로 인해 향후 발생할 주민 피해 방지와 백로가 머물렀던 서식지를 간벌하는 고육지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초기에 적극적인 유도활동 전개로 백로서식지가 주민피해와 상관이 없는 외곽지역에 잘 자리를 잡는다면 청주시에서는 앞으로 백로서식지가 잘 보전되도록 할 계획이다.

백로에 의한 불편을 겪는 시민의 입장에서 효과 있는 피해방지 활동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백로와 백로 서식지 등 자연보호를 위한 우리의 의지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양면성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이해심 또한 필요할 것이다. 대안 없는 맹목적인 비판과 막연한 우려보다는 공생을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길 바란다. 우리는 무엇 때문이든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꾸려 할 때 불편을 이유로 자연을 쉽게 훼손해선 안 된다. 신중해야 한다. 자연이 없는 곳에는 백로든 사람이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지도 보호받지도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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