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풍경'된 정월대보름
`살풍경'된 정월대보름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2.08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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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요즘처럼 지역 농촌이 황량한 때가 없었다. 정월 대보름이 코앞인데, 동네 사람들끼리 즐거운 대보름축제를 하기는커녕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 게 미덕이 됐다.

조류독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창궐해 소의 이동이 전면중지됐기 때문이다. 가축뿐만 아니라 축사 주변에 오가는 것 조차 금기시될 정도로 요즘 농촌의 풍경은 스산하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과수농가들은 신세를 한탄하고 있고, 쌀값 일부를 토해내야 하는 쌀농가들은 건들면 툭 터질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이런 살풍경은 농촌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도시지역 소비자들은 먹을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조류독감에 이어 구제역이 터지니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보증에도 이성적인 소비를 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불황으로 사먹을 여유도 없는데, 그나마 사먹을만했던 계란이나 돼지고기, 닭고기도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현실이 됐으니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모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미국산 계란이 들어온다고 하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많은 양의 계란이 시중에 풀리는 것을 보고는 또 한번 일부 악덕 유통업자들의 농간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런 상황에 처해진 이유에 대해 농민뿐만 아니라 도시지역 소비자들도 정부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있다. 비록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은 국정공백 시기라고 하더라도 책임감 있는 자세부족에 대해 너나없이 질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농축산인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아마추어 같은 행정을 탓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결국 전국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구제역 항체율이 어떻게 정부발표 다르고,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다르게 나오는가. 더구나 정부는 항체율이 낮은 이유를 제대로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축산인 탓이라고 돌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쯤에 백신을 추가접종했으면 구제역에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뒷북행정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그나마 지키고 있는 쌀과 쇠고기 시장을 전면개방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칠레 FTA로 옥천의 포도재배면적의 3분의 1이 사라졌고, 한·중 FTA로 중국산 농산물이 밀려드는 요즘 새로운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농산물 가격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를 정도로 폭등하니 생계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농업문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4차산업혁명에서 길을 찾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초연결사회에서 4차산업혁명을 통해 고령농촌에 활기를 불어줄 스마트한 농업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내일 살기 위해 오늘 굶어 죽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도 현실화가 요원한 일에만 매달리는 `뜬구름잡기식'정책에 기대는 것보다 농촌이 처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하고, 현장친화형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식량주권을 포함한 농업주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철학적 마인드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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