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족 청년들의 눈물
혼밥족 청년들의 눈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2.06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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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해 여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인용 식탁을 설치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가 `혼밥족'들을 위해 1인 전용 식사 테이블을 만든 것인데 이게 기사화하면서 다른 휴게소들도 따라나섰다.

휴게소 측이 설치했다는 1인용 식탁은 사실 별것 없었다.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싱글 여행자를 배려해서 벽면을 이용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식탁을 만들어준 것인데 꽤 반응이 좋았다.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몰려드는 점심때, 4~6인용 식탁에 모르는 일행들과 끼어 앉아 원하지도 않는 남들의 잡담을 들으며 식사를 해야 하는 불편이 해소됐으니 말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24시간 편의점에서 1인용 도시락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13년 780억원에서 2015년 1329억원으로 70.4%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이 16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잠정 집계돼 불과 4년 새 2배 이상 폭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1인용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가성비'가 좋은 편의점 도시락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요즘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3000~4000원대 도시락은 계란, 소고기, 햄, 볶음김치 등 여느 한정식 밥상 못지않은 맛깔나고 풍성한 10여가지의 반찬을 저렴하게 제공해 소비자들을 끌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 급증은 역시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1인 가구 수는 506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7%를 차지한다.

1인 가구가 사회의 한 축으로 인정받으면서 예전에는 어색했던 모습들이 이젠 익숙해지게 됐다. 혼밥족과 혼술족에다 `혼놀족'까지 등장한 것이다. 혼밥족과 혼술족이 혼자 밥이나 술을 먹는 사람을 일컫는다면 혼놀족은 말 그대로 혼자 노는 사람을 뜻한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 혼자 카페를 찾아 음악을 듣는 사람…. 예전에는 `사차원' 취급을 받았을 사람들이지만 이젠 주위에서 흔히 그런 사람을 볼 수 있다.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은 우리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 여기에다 두가지를 더해서 주택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했다는 `오포세대',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N포세대' 등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1인 가구의 증가는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9.8%, 청년 체감 실업률은 34.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5~29세 청년층의 5분의 1인 100만명이 일자리가 없어 구직 전쟁을 치르는 상황.

지난해 혼밥족의 증가로 신바람이 난 대기업들이 있다. 롯데, GS, 보광 등이다.

국내 편의점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1인 가구 수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기업이 청년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청년 실업을 `담보'로 돈을 번 기업들, 이젠 청년들에게 희망이라도 되돌려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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