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쿠퍼의 두권의 책 이야기
앤더슨 쿠퍼의 두권의 책 이야기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2.06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앤더슨 쿠퍼. 보통은 뉴스로 이 사람을 접한다고 하는데 나는 여행 블로그를 읽다가 알게 되었다.

모르는 인물의 이름에 호기심이 발동해 검색해 본 것이 이 사람을 알게 된 계기였다.

쿠퍼는 CNN의 유명한 앵커이자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쓰나미, 이라크, 니제르 등 분쟁지역을 직접 누비며 취재한 신뢰도 있는 기자로 인정받고 있다. 종군기자도 아닌데 종군기자 같은 취재 이력을 가진 기자다.

앵커로도 오랜 기간 깔끔한 프로그램 진행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토론에서 중립을 지키며 나무랄 데 없는 진행을 해서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머리가 백발이라 초반에는 나이가 좀 많겠거니 생각했는데 올해로 고작 만 49세다. 머리카락색만 빼면 조각 같은 미남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으로 어떤 사진이든 화보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이 있는 남자다. 출생부터도 미국 3대 재벌 상속녀의 유일한 아들이니 신의 수저를 물고 태어났는데 2000억원 가까운 재산 상속을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와 형이 자살한 어려운 과거가 있고, 게이임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너무 소설 주인공 같은 프로필이라서 현실에 있는 사람 같지가 않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인데, 그냥 소설 주인공 같은 느낌이랄까.

덕분에 한 달 동안 그의 책 두 권, `세상의 끝엔 내가 있다'(고려원북스)와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세종서적)을 끌어안고 보낸 거 같다.

`세상의 끝엔 내가 있다'는 앤더슨 쿠퍼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태어나서부터의 성장 과정, 자신이 취재한 인상깊었던 취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쓰나미, 이라크, 니제르 등 분쟁지역이나 천재지변이 있었던 곳의 취재 뒷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취재 이력을 설명하며 밑에 누군가 `용병 아닙니다.'라고 써 놨던데 그게 거짓말 같을 지경이다. 뉴스 화면에서는 알 수 없을 후일담을 적은 느낌이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은 자신과 어머니와의 이메일을 엮어 책으로 낸 것이다. 어머니의 어린 시절, 연애와 결혼생활, 가족의 비극, 훗날 사업가이자 예술가로 살았던 이야기를 인터뷰하듯 나누며 어머니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엮은 책이다. 뒷면의 역자 후기에서도 나왔듯 아흔 된 엄마와 이제 오십인 아들인데도 저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러운 책이기도 했다.

쿠퍼에 대해서 보다가 다시금 인터넷과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으로 알게 되었을 땐 화려한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기자 겸 앵커로 알게 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은 아무래도 이 사람의 사적인 부분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는지라 만약 `세상의 끝엔 내가 있다'를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사람을 기자라기보다는 화제성 있는 연예인으로 기억했을 거 같다.

사실 이 사람은 CNN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몇십 년간 진행한 앵커이자 종군 기자 뺨칠만한 취재 이력을 가진 기자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잘 알 수 없었을 부분이었을 거다.

근데도 사실 아직도 이 사람이 현실 인물인가 싶긴 하다. 가끔 현실이 더 영화 같을 때가 있나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