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서서
선택의 기로에 서서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7.02.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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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은 직장인들은 오늘 점심때 무엇을 먹을까? 한 번쯤은 망설이며 갈등을 겪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일기 예보에 눈이 온다는데 차를 가지고 갈까 아니면 버스를 타고 갈까 지하철을 탈까 망설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출근을 위해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갈까 옷장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여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입니다.

무슨 일을 앞두고 잠을 설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잘 되어야 하는데 하는 걱정으로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갈등을 겪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한 길을 결정해 가는 사람은 잘 준비만 하면 되니까 좀 덜 불안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결정을 못 한 사람일수록 더 불안하고 마음이 요란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스스로 빠르게 판단해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몰라 다른 사람 하는 것을 참조하여 따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일이 잘되면 다행이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때 많은 사람은 나만 재수가 없어서 그렇다고들 합니다.

또는 내 운수에 올해 삼재가 끼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주 다니는 철학관에 가서 물어보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믿는 종교의 절대자에게 진실한 기도를 올리지 않아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서 언제나 현명한 선택을 해서 모든 일이 잘못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의 기준을 갖고 살아야 할까요. 어떠한 경우든 우리에게 `참 선택 잘했다.'라는 말이 나오도록 할 수 있는 선택의 기준이 있기는 할까요? 있다면 그것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행동하는 데 있어서 모든 일에 딱 맞는 선택의 기준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를 찾아가 묻지 않아도 되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그럼 우리 자신은 어떠한 기준으로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다.

지금까지 우리 부모님이 판단하셨던 모습을 회상하거나 아니면 학교 또는 종교 모임 및 텔레비전의 유명 강사에게서 얻은 정보 등을 총동원할 것입니다. 또한 도덕적으로 옳다고 여기거나 양심에 비춰서 떳떳한 입장에서 나에게 이익이 될까 손해가 될까 따져보고 그래도 이익이 되는 방향을 선택해 살아갈 것입니다.

여유롭게 판단해야 하는 경우는 그래도 이것저것 다 살펴서 선택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는 대부분 이전에 해왔던 습관 또는 관례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선택이 나에게만 한정되는 경우나 어느 집단에만 해당하는 경우는 그렇게 해도 되지만 전체, 즉 더 다양한 이익집단이 모여 있는 경우는 그 선택으로 인하여 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어느 한 편이 해를 보는 경우가 없는 판단을 하려면 자신이 처한 경우를 살피되 언제나 전체를 먼저 살펴야 옳은 판단이 될 것입니다. 구성원 전체에 이로운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는 꼭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들어서 합의를 한 후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내가 홀로 사는 것 같지만 실은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어려움도 같이 나누고 즐거움도 함께 나누며 살아갈 때 어느 누가 좀 손해를 입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서로 자기만의 행복을 주장하며 살아간다면 끊임없이 대립과 갈등 속에 스스로의 길을 선택해야 하니 얼마나 갑갑하겠습니까?

어느 한 편에 서서 자기 이익만을 위해 주장하고 판단해 엄청난 재앙을 당하는 분들을 보면서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 스스로도 판단을 해야만 할 경우 끊임없이 전체를 바라보며 선택하는 연습을 해 나가는 삶이 재앙을 막고 삼재를 헤쳐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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