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지후보 냉철하게 고민하자
대선 지지후보 냉철하게 고민하자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2.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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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순수한 뜻을 접기로 했다”면서 “10년에 걸친 사무총장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귀국하면서 출사표를 던진 지 20일 만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보수진영은 입지가 옹색해졌다. 남의 잔치에 들러리를 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을 대신할 파괴력 있는 후보 기근이 심각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처럼 보수 와해 조짐은 사상 초유의 현상이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대선 구도의 급변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반 전 총장은 `진보적 보수주의'를 자처해 왔으나 어정쩡한 언행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중도를 표방한 셈이나 그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아 상당한 혼선을 빚은 게 사실이다.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와 통합'을 내걸고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는 다짐도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당이 없다 보니 내 사비로 모아놓은 돈을 쓰고 있다. 어떤 정당이든 함께해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귀국 후 10여일 동안 전국을 누비는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가는 곳마다 구설에 오르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만 각인시킨 셈이 됐다. 귀국 후 10%대로 떨어진 지지율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귀국 첫 일성의 파괴력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희망에 강한 충격파를 던지지 못했다.

반 전 총장 이후 여권의 면면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20%를 넘지 못한다. 야권 후보들이 60% 안팎인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10% 안팎으로 선전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정치 실험은 조기 실패로 끝났다.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 기본적인 검증도 거쳐보지 못한 채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간판에만 쏠렸던 잘못에 기인한 것이다. 기성 정치에 식상한 민심의 틈을 비집고 참신한 이미지에 기대를 걸었지만 중도 낙마라는 참담한 결과로 막을 내렸다. 확실한 정치 철학과 비전도 없이 분위기에 편승하려다 좌절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인물로 꼽혔던 만큼 충청권이 받은 충격이 컸다. 대선의 변방에만 머물렀던 충북이 중심에 섰다는 자부심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떠받치는 보수의 역할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이 보수 쇄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

반 총장으로부터 받은 좌절감은 자초한 면이 크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다는 그의 명성과 리더십이 있다고는 하지만 충북 출신이라는 점에 도민들은 더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뜨거웠던 촛불민심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받아야 할 아픔은 온전히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여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 진정한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냉철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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