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의 의미
설의 의미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2.0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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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설이 지나고 연휴도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미풍양속이 과거라는 이름 속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설은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정갈한 복장으로 맞이한다. 정성을 다하여 만든 음식으로 풍성하고 격식에 맞는 상차림을 하고 조상님을 모신다. 온 가족이 새해를 맞은 첫날 아침에 차례(茶禮)를 지내며 감사드리고 명복을 빈다.

차례가 끝나면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웃어른에게 세배하고 주고받는 덕담으로 희망을 담아 마음을 채우며 한해의 기운을 받는다. 그리고 성묘 길에 오른다. 산소를 찾아가 자손임을 상기시키고 우리가 있게 해주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대대로 이어오며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가 내려 이어져 왔다.

가족 행사가 끝나면 동네의 어르신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렸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준비한 음식으로 접대를 받으며 담소를 나누는 훈훈한 자리가 된다. 한해가 시작되며 꿈과 희망을 안고 출발하는 날에, 조상을 섬기고 웃어른들을 뵙는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끼리끼리 어우러졌었다.

설 연휴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여행지는 국내도 있고 국외로는 장거리보다는 짧은 일정에 맞춰 중단거리로 계획하는 분이 대부분이란다. 겨울이라 따뜻한 동남아나 일본에서 여행하며 즐기려 한다. 설날이 휴일로 되기까지 시련도 많았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풍습을 지키려는 염원이 배어 있다. 세상살이에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너무 빠르다. 변화되는 분위기에 어우러지지 못하는 나에게는 빛나간 정서로 받아들여진다.

세배도 많이 변했다. 경로당에서 세배를 받는다고 홍보를 한다. 어르신들이 명절의 깊은 뜻을 새기고 웃어른을 섬기는 미풍양속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세뱃돈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어르신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있고 세배꾼들이 그리로 오도록 하고는 인사를 받게 된다. 삼사십 년 사이에 상상도 못하게 변한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하다.

예전에는 이웃 간에 담장이 경계가 되지만 정을 나누는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사립문을 통하여 서로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밤마을을 다닌 추억은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요즈음은 벽 하나로 경계를 이루며 생활한다. 아파트에서 문을 열면 바로 앞집의 문이 있다. 그런데 그 집이 천 리 길보다 더 멀다. 명절이 되어도 정을 나누기는커녕 인사말이라도 나누면 다행이다.

설. 그리움 속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명절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은 풍습이다. 연날리기, 윷놀이, 세배, 썰매타기, 팽이 돌리기, 부럼먹기, 제기차기, 널뛰기, 쥐불놀이 다양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는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고 행사장에서 전통놀이로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앞만 보고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니 옛것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먼 훗날 오늘을 살았던 설의 추억이 어떻게 묻어날까.

여행, TV프로, 전자기기를 통한 게임으로 기억될까 싶다. 설이 역사의 뒤안길로 숨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았으면 한다.

언제까지라도 설을 맞을 때의 풍습이 대대손손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헛된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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