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립박물관을 조성하자
충북도립박물관을 조성하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2.05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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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충청대학교 박물관이 사라지게 됐다. 충청대학교 측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박물관 폐관을 최종 결정했다. 폐관 이유로 대학의 구조변화와 경제적 이유를 들었지만 30여년 역사를 지닌 박물관이 대안 없이 문을 닫게 되면서 교육기관의 공공성은 추락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마저 자본에 밀려나는 모양새다.

대학이 경제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박물관은 인건비가 전체 운영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실제 2016년 충북의 6개 대학박물관의 운영예산을 보면 연간 1억원 안팎이 소요되는 정도였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투자되는 금액은 미비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세를 지원받고 감면 혜택을 누리는 대학이 연간 운영비가 아까워 공공시설을 폐관하겠다는 것은 이득은 취하고 사회적 책무는 회피하겠다는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경제논리로 교육을 종속시키고 공공성을 외면하면서 대학 스스로 존재가치를 취업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은 자율화란 이름으로 상업화되어가고 있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대학의 자율성 못지않게 공공성은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교육기관 역할과 기능면에서 중요하다. 교육이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지성인을 양성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지방대학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 있다. 그럼에도 지역과 소통하며 지역학의 중심체가 되어야 할 대학박물관을 폐관이라는, 지역정서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학의 공공성도 비난을 받는 것이다.

대학과는 별개로 충북도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문화도 충북'의 기치가 무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대학 측의 책임론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기반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충북지역의 등록 박물관 수는 총 45개에서 44개로 줄어든다. 문화지표의 하향 구조가 이어지고, 전국에서 유례없는 대학박물관 폐관이라는 불명예를 기록으로 남기게 됐다.

문제는 충청대박물관의 폐관으로 30여년 귀하게 모아온 4800여점의 유물들이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유물의 80%를 차지하는 박물관의 기증유물은 기증자의 의향에 따라 유물이 처리될 예정인데, 기증자 중 많은 사람이 타지역 분들이어서 충북의 유물 보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모으기도 어려운 유물이 자칫 공중분해 될 위기다.

법과 절차가 뒤따라야겠지만 우선 도에서 문화재청과 대학과의 협의를 끌어내 유물 확보에 나서야 한다. 충청대 박물관의 소장유물 이관을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충북도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타당하다. 지자체에서 지역박물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방조례를 만들고, 국립박물관과 차별화된 충북도립박물관 조성도 이젠 고려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가 도서관에 꽂힌 수만 권의 책과 같다는 이야기다. 이에 덧붙이자면 박물관이 사라지는 것은 역사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역의 역사는 지역이 앞장서지 않으면 사장되기 십상이다. 충북도가 충청대 박물관 폐관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충북도립박물관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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