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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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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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청주 혜화학교 이승환 교사

지체장애학교인 청주혜화학교로 자리를 옮긴지도 어언 1년이 되간다. 이곳으로 온 첫날은 기쁨과 설렘, 긴장감 등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주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아이들의 개성은 어떠할까

우리 반 아이들은 전부 9명이며, 대부분이 특수의자에 앉아 있다. 교실이 다른반 보다 넓은데도 불구하고 꽉 차 보였다.

아이들은 전원이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고 혼자서 휠체어를 움직이거나 밥을 먹을 수 있는 아동은 한 명뿐이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증중복장애로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많다. 그래서 이런 저런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중에 갑자기 "선생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왜 그러니"하고 다가가니 "가까이요"라고 해서 더 다가가니 갑자기 나의 볼에 뽀뽀를 한다. 뽀뽀를 하면서 "사랑해요"라는 말과 함께 눈부시게 웃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많은 고민들을 지닌 채 무조건 열심히 가고 있던 중에 문득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보이는 장애의 상태보다도 아이들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함을…, 그리고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쌍방적인 관계인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날들이 주는 기쁨과 서로에게 전달되는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 다음부턴 유행가 제목처럼 난 아이들만의 연예인이 되었다. 올챙이 송에 맞추어 춤도 춰주고, 노래도 부르고 공부시간에는 더 많은 칭찬과 함께 과도한 몸짓으로 광대처럼 웃음을 선사했다. 그것은 똑같은 웃음으로 언제나 되돌아왔다. 내 허리를 붙잡고 힘겹게 걷기 운동을 하는 시간도 흥얼거리는 작은 소리로 서로에게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었고, 새우깡 하나에도 우리는 같이 웃을 수 있었다. 소리 없는 마주침으로 인한 어색함도 편안함과 사랑의 눈짓으로 변해갔다.

또한 아이들의 식사보조 및 이동보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교에서 늘 대기하고 계신 어머님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면서 이제는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 덕분에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보이지 않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음을 문득문득 느끼곤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또 부모님들과 함께 웃으며 즐겁게 생활한다고 고민할 것들이 줄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지낼까'하는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으로 하는 걱정 대신 감사함과 아이들에게 향하는 마음으로 난 오늘도 내일을, 다음 달을 고민한다. 사랑스런 아이들, 한없는 믿음과 관심을 주시는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에 감사하며 이러한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웃음으로 즐겁게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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