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의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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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재술<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7.02.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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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원자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원전 400여년 경에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만물이 원자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멀리 있는 양떼가 구름같이 연속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양 한 마리 한 마리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나 쇠붙이가 연속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자라는 알갱이들이 모여 있다.

양과는 달리 원자는 너무나 작아서 우리가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그 알갱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화학반응을 통해서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최근에 첨단 나노기술의 발달로 원자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있게 되었다.

원자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자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원자가 얼마나 작으냐고 물으면 누구나 원자는 어마어마하게 작아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하게'작다고 말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려진 원자는 얼마나 작을까? 작다고 생각하는 그 원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작다. 그렇다면 원자는 도대체 얼마나 작을까?

여러분은 물 한 방울에 들어 있는 원자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두말할 것 없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말인가?

빗방울 하나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수와 해운대 백사장에 있는 모래의 수를 비교하면 어떨까? 필자가 계산해 본 바에 의하면, 길이가 1km, 폭이 100m, 모래 깊이가 10m인 해수욕장에 있는 모래는 약 1경개나 된다.

1경은 1016개 즉, 10,000,000,000,000,000개다. 그러면 물 한 방울에 있는 원자는 몇 개가 될까? 계산 결과에 의하면 약 1022개나 된다. 해수욕장 100만개에 있는 모래알 수와 맞먹는다. 해수욕장 100만개? 우리나라 해수욕장은 다 쳐도 100개도 안 될 것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해수욕장을 다 합쳐도 100만개가 될까?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와이키키 해수욕장, 나일강변, 인도의 갠지스강변의 모래알,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모래알, 지리산 뱀사골 개울가의 모래알 등 지구의 모든 모래알을 다 합치면 물 한 방울에 있는 원자만큼 될까? 물 한 방울에 있는 원자 수만큼 돈을 쌓으면 태양까지(태양까지는 약 1억5천만 킬로미터) 천만번 왕복할 수 있는 높이가 된다. 백번도 아니고 만 번도 아니고 백만 번도 아니고 천만번 말이다.

여러분은 상상이 가는가? 원자가 얼마나 작은지? 원자를 아무리 작다고 생각해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작음보다 실제 원자는 어마어마하게 작다. 원자가 이렇게 작다 보니 원자가 하는 행동이 우리가 일상 경험하는 돌멩이나 축구공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물체들은 모두 어떤 모양, 크기, 색깔이 있다. 또 만져 보면 매끈매끈하거나 까칠까칠하거나 어떤 촉감이 있다. 원자들도 그럴까? 수소 원자는 매끄럽고 산소 원자는 거칠까? 탄소는 까맣고 질소는 파란색일까? 우리는 모든 물체는 어떤 온도가 있다. 원자도 온도가 있을까? 원자 세계에 들어가면 모양, 색깔, 촉감, 온도 등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그런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양도 색깔도 감촉도 없는 원자, 여러분은 그런 원자가 궁금하지 않은가? 한번 만나보고 싶지 않은가? 만져보고 싶지 않은가? 과학자들은 이런 원자를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고 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온다. 보이는 것은 허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이 실상이다. 보이지 않는 원자, 하지만 모든 보이는 것을 가능케 하는 원자! 과학자들이 무슨 재미로 디스코텍이 아니라 침침한 실험실에 처박혀 있는지 이해가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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