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론과 정치
빅텐트론과 정치
  • 박완희<두꺼비친구들사무처장>
  • 승인 2017.02.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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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완희<두꺼비친구들사무처장>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용어가 `빅 텐트(big tent)'다. 빅 텐트는 3지대론으로도 이야기 된다. 빅 텐트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20여일 강행군하며 충북 음성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언론에 노출된 반 전 총장의 행보는 국민의 지지를 잃었고, 급기야 대통령 불출마를 선언하게 되었다. 반기문 전 총장을 따르겠다던 이 지역 정치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여러 통로를 통해 `빅 텐트론'을 주장했던 정치권은 자구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캠핑철도 아닌 한겨울에 느닷없는 텐트론이 회자되면서 텐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알아보자. 텐트라는 단어는 성경에도 나온다. `야발이 텐트에 살면서 양과 염소를 길렀다.', `모세가 텐트를 세우고 유대인들과 신에게 기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텐트의 역사는 유목민들에게 조립과 해체가 쉬운 이동식 집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중앙아시아와 몽골에서 활동하던 유목민들은 각각 유르트(yurt)와 게르(ger)라는 이동식 텐트를 사용했으며 아메리카의 인디언들 윅웜(wigwam)이나 티피(tepee)같은 텐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훈련하면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군사적인 용도로 사용된 텐트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나무 프레임에 천을 덮은 구조였는데 텐트 한 동에 8명의 군인이 생활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한다. 현대에도 사용되고 있는 2인용 A형 텐트는 미국 남북전쟁 시기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에서도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텐트의 종류와 형식, 가격이 다양해졌다. 캠핑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아웃도어 매장에서 쉽게 텐트를 만날 수 있다. 자연을 즐기면서 가족,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난방텐트도 있다.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해 거실에 난방텐트를 설치하고 잠을 자는 것이다. 겨울철이면 난방텐트를 기부하는 분들도 많다.

이런 다양한 텐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레임을 얼마나 튼튼하게 만드느냐이다. 나무나 철재 등으로 기둥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텐트는 무너진다.

정치 현실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러한 빅 텐트론이 이번에 처음 나온 용어는 아니다. 한국에서 빅 텐트론이 주장된 것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5개의 야당이 진보 진영이라는 `거대한 텐트'속에서 단일후보를 선출하여 선거에서 승리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하였고 대선에서도 야당은 패하고 말았다.

강준만 교수는 이것을 구성의 오류라고 표현한다. 구성의 오류는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거나 개별적인 요소에 해당하는 것을 집합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타당한 행동을 모두 다 같이할 경우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즉 정치에서 `빅 텐트'는 다양한 파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큰 대의나 정책으로, 주로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 애용하는데 이런 의도와는 달리 선거에서 패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빅 텐트론'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기름장어가 촛불에 구이가 되었다는 표현이 농담조로 나오고 있다. 남아있는 대선 주자 중 일부는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스몰 텐트론'을 주장한다. 큰 텐트든 작은 텐트 든 촛불로 표현되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안했던 야권 공동정부론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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