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하늘 아래
넓은 하늘 아래
  • 이영숙<시인>
  • 승인 2017.02.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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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 이영숙

“넓은 하늘 아래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오라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가져오겠습니까?”

“예쁘고 따뜻한 마음이에요.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의 심장처럼 용광로에도 녹지 않을 정도로 아주 뜨거운 심장을 지닌 사람의 마음이에요”

“강아지똥이에요. 권정생의 동화처럼 민들레 꽃씨의 거름으로 스며들어 예쁜 꽃을 피우고 그 민들레꽃으로 사람들도 행복해하니까요.”

돈이나 명예라고 하기보다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나 없어도 될 것들은 하나도 없다.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다. 그것을 아이들이 인식하는 중이다. 자신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 관점에서 모두 함께 생각하는 인문적 관점으로 바뀌면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수평적 사고, 인문적 사고로 변하는 중이다. 각 학교도 자유학기제를 맞아 여러 가지 참교육 혁명을 벌이는 중이다. 교사들 스스로 `나로부터 교육혁명'의식 고양 때문일까? 질문이 바뀌면 대답이 바뀐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대답이 혁신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생각이 바뀌면 말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고 성격과 성품이 바뀐다.

최근 교육계의 큰 화두는 인성과 인문학이다. 인문학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국회를 통과하여 2015년 7월 21일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즉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어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어린이 인문학'이란 말이 출현할 정도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인문학은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를 갖출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나침반이다. 어린이 시기는 돌덩이처럼 단단한 물질을 제시해도 밀가루 반죽처럼 유연한 사고를 뿜어내는 시기이다. 인격 형성 시기인 이 시기의 인문학 교육은 무엇보다 절대적이다. 인문 정신으로 다져진 바탕과 토대 아래 쌓은 지식이라야 꽃을 틔울 수 있고 그런 반석 위에 세워진 지식이라야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순자의 「권학편」에 소인(小人)은 학문을 귀로 들어서 입술로 표현하지만, 군자(君子)는 학문을 귀로 들어서 몸으로 표현한다는 말이 있다. 인문학 관련 독서나 글쓰기 훈련은 올바른 선진시민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트레버 로메인의 「넓은 하늘 아레는 인문 정신을 함양하는 좋은 책 중 하나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자신이 떠나면 재산을 물러줘야 하는데, 드넓은 하늘 아래서 인생의 비밀을 찾아오라는 문제를 낸다. 손자는 몇 년 동안 인생의 비밀을 찾아 여행하며 여러 격언을 듣는다. 나무는 인생의 비밀을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아야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농부는 씨앗을 심고 돌보듯 생각을 키우면 어느새 열매를 거둔다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주고 싶은 유산은 바로 인생의 비밀을 찾아 헤맨 그 `여정'이다. 넓은 하늘 아래 모든 것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주고 싶은 재산이다. 드넓은 하늘 아래 우리의 삶 모든 것이 소중한 보배요 스승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인문적 교육이며 인문적 유산이다. 손자의 가슴이 뛴다. 그 이야기를 읽는 아이들의 심장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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