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센 미소
뒤센 미소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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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미소(微笑)는 `소리 내지 않고 웃는 작은 웃음'으로 미소를 짓는 데 사용하는 얼굴 근육은 무려 40여 개이고, 이를 이용한 미소의 종류는 19가지나 되며 진품과 모조품이 있다.

19세기 프랑스 신경생리학자 기윰 뒤센(G. Duchenne)은 저서 `표정의 문법'에서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의 경우 움직이는 얼굴 근육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앞면 신경이 마비되어 통증을 느낄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웃을 때 나타나는 앞면 근육의 변화를 알아보는 엽기적인 전기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광대뼈 근육을 자극하면 입 꼬리가 당겨 올라가 미소가 만들어지며, 자극이 셀수록 더 활짝 웃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어떤 인위적인 전기 자극에도 움직임이 없는 난공불락인 곳이 있었으니 바로 눈가 근육이었다. 그곳이 움직이는 경우는 활짝 웃을 때뿐이었다. 뒤센은 사람이 환하게 웃으면 큰 광대근이 수축하면서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고 이때 눈가에 까치발 모양의 주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입 주위와 눈 주위 근육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내는 미소는 긍정적 정서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진짜 미소로 `뒤센 미소(Duchenne Smile)'라 불렀다. `뒤센 미소'는 양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눈꼬리에 까마귀나 매 발 같은 주름살이 있는 것으로, 배우 안성기와 청주 주님의 교회 주서택 목사의 미소가 대표적인 뒤센 미소라 할 수 있다.

이와 대비되는 미소로는 `팬암 미소(Pan Am Smile)'가 있다. 미국의 팬암 항공사 승무원들의 접대용 미소로부터 유래됐다. 승무원들이 서비스하면서 친절하게 보이고자 얼굴의 아랫부분의(입 주위) 근육만을 이용해서 입가만 살짝 들어 올리고 웃는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웃고는 있지만 진심이 아니기에 미소를 짓는 사람도 또 그것을 마주하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미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한때 세계 최고의 규모였던 이 항공사는 1991년 파산했다.

심리학자 하커와 켈트너는 한 대학의 졸업앨범에서 114장의 졸업사진을 분석해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구분했다. 114명 중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웃고 있었지만, 진짜 미소인 뒤센미소를 띤 사람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팬암 미소'였다. 연구자들은 그들이 27세, 43세, 52세가 되는 해에 그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삶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는 연구를 30년간 진행했다.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뒤센 미소를 짓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더 건강했고, 결혼 생활도 행복했으며 수입도 높았다. 실험에서 외모를 통제변인으로 두었는데 외모 자체는 그 사람의 건강이나 소득수준, 행복한 삶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로 버클리대 컬트너 교수는 결혼사진에서 뒤센 미소를 짓는 부부와 팬암 미소를 짓는 부부의 결혼생활을 비교 분석했다. 사진에서 뒤센 미소를 짓고 있던 부부가 이혼율이 낮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었고, 웃을 때 눈주름을 보이지 않았던 부부는 이혼이나 불화를 겪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삶이 녹녹지 않으니 진정으로 미소 짓기 힘들다고 한다. 미소를 잃으니 불행이 깊어지고, 불행은 다시 미소를 앗아간다. 우리네 인생길은 어둠 속으로 들어만 가는 동굴길이 아니라, 터널길이다. 캄캄한 길이지만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는 끝이 있는 터널길이다.

가슴 시린 아픔과 분노, 아쉬움으로 세상에 주눅 들어 살고 있다면 책상 앞의 거울을 한번 힐끔 보자. 그리고 `디게 쎈(뒤센) 미소' 한 방 날려보자. 환하게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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