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되어버린 새
전설이 되어버린 새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7.02.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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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김경순

300여 년 전 사람들에게 바보라고 불리던 새가 있었다.

이름이 없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 먼바다에 떠 있는 모리셔스 섬에는 인간도 천적도 없는 날지 못하는 새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왔다. 사람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원숭이와 돼지라고 부르는 짐승도 함께 데리고 왔다. 사람은 정말 반가운 손님인 줄 알았다. 그저 반가워서 다가갔다. 지상에 틀어놨던 둥지 속의 알을 돼지와 원숭이가 가져가도 모리셔스 섬의 주인인 날지 못하는 새들은 불평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싸움이란 것을 해보지 않았기에 할 줄 몰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리셔스 섬의 주인인 자신들에게 도도새라고 불렀다. 이름을 불러주어서 좋았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자신의 새끼들이 사라지는 언제부턴가 그 도도라는 이름이 바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도새에게도 한때는 힘찬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며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옛날 조상들이 기나긴 여행 끝에 정착한 모리셔스 섬에는 다양한 종의 조류들이 울창한 숲에서 서식하고 있을 뿐 신변을 위협하는 천적도, 그 어떤 방해 요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하늘을 날아야 할 필요가 없어진 도도새의 날개는 자연스럽게 퇴화했다. 날개는 더 이상 날개가 될 수 없었다.

그 후로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이 도도새를 사냥했다. 결국 어리석은 사람들의 욕심과 이기심은 모리셔스 섬에서만 살았던 날지 못하는 도도새를 영원히 전설 속에 가둬 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느 곳에선 비명을 지르며 사라지는 생물들이 있을지 모른다.

어느 종교에서는 도도새와 이들의 먹이인 카바리아나무의 예를 들면서 쓸모없는 듯 사라져 간 동물도 쓸모가 있더라고 설교한다. 이 또한 사람의 편에 서서 들이대는 잣대이다. 사람의 잣대보다 어리석고 무서운 것은 없다.

우연찮게 알게 된 도도새의 이야기는 그동안 굽은 길보다는 곧고 빠른 길을 택하고, 옆보다는 앞만 보고 달리던 내게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느 곳에선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으로 빚어내는 건물과 길들이 늘어나고 있겠지.

까만 하늘에는 언제 나왔는지 수많은 별이 또랑또랑한 눈을 빛내고 있다.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안도현님의 『연어』에서 보았던 문구가 떠오른다.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 준다는 것, 그 말에는 분명 생각만 해도 든든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에, 또 그 자연의 품안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에 왜 배경이 되어 주지 못하는 것일까.

자연과 사람은 하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곱씹어 보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는 뜻일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자연에 우리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 또 다른 전설의 새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러면 자연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분명 사람에게 좋은 배경 되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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