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서럽고 안해도 서러운 졸업
해도 서럽고 안해도 서러운 졸업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1.31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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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2월이 되면 대학 학위수여식이 이어진다.

충북에서도 2일 충청대를 시작으로 학위수여식이 예정돼 있다.

학사모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자랑이었고 출세의 지름길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다들 어려운 시절이라 비싼 등록금을 감내하기도 어려웠고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을 때 얘기다.

이런 호시절엔 대학 입학만 해도 좋은 직장은 따놓은 당상인 줄 알았다.

요즘 그런 얘기를 하면 조상(옛날사람) 취급받는다. 그래서 해도 서럽고 안 하면 더 서러운 것이 대학 졸업이다. 졸업을 꺼리는 대학생들의 실상을 대변하듯 취업난 탓에 고의로 졸업을 늦춘 대학생을 일컫는 NG족(No Gradu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NG족은 유령과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집에서는 등록금만 축내고 취업도 못해 명절때마다 친척들에게 들킬까 숨어 있어야 하는 존재가 됐다. 캠퍼스에서도 마음 편히 돌아다니지 못한다. 간혹 후배라도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학번을 밝히면 화석을 바라보듯 신기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NG족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은 사회도 마찬가지다. 나이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졸업자보다는 졸업예정자를 선호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체 대학졸업자의 평균재학기간은 71.6개월(약 6년)로 나타났다. 남성의 평균 재학기간은 82.1개월(약 6년10개월), 여성은 58.5개월(약 4년11개월)로 남성이 더 길었다. 졸업유예를 한 대학생들은 유예 이유로`자격증 및 고시준비'를 꼽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학에 머물고 있는 청년이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대학생들이 졸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 시장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스펙을 더 쌓아야 할 것 같고, 더 영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일본 명치대학교로 유학을 간 지인의 딸은 졸업 후 소프트뱅크에 입사해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일본 대학생들은 4학년에 올라가면 곧바로 입사 시험을 보러 다닌다. 입사가 확정되면 졸업도 하기 전에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기업은 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 준 뒤 졸업식을 마치면 입사하도록 배려한다.

대학생은 마음껏 대학생활을 누리고, 기업은 인재 확보로 구인란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들이 교육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선용 1호 공약은 교육 개혁이다. 그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취업과 입시 때 입사지원서나 입학지원서 등에 출신학교란을 없애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유승민 1호 법안'에 `대학입시 법제화'를 택했다. 정권과 교육부 장관이 바뀌어도 대학 입시제도에 손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법의 취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교육 공약은 공교육 정상화, 무상교육, 반값등록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는 교육개혁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대학 서열화 완화 및 교육의 질 향상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공약이`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이면서 실현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다. 오죽 답답하면 대학생들이 정치인이 쏟아내는 공약에 실낱 같은 희망을 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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