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봄은 오는가
대한민국에 봄은 오는가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1.30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김기원

2017년 1월이 쏜살처럼 지나갔다. 아니 무엇에 홀린 듯 정신없이 지나갔다. 분명 신정맞이 새해 인사도 했고, 구정맞이 차례상도 올리고 떡국도 먹어 나이도 한 살 더 먹었는데 전차에 부딪힌 듯 멍하다.

묵은해의 상처와 상념이 너무 깊어서, 나라 꼴과 세상만사가 답답하고 한심해 울화통이 난 탓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목하 유고 중이다. 대통령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청와대에 거처하고 있는데 국회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어 그가 임명한 국무총리가 청와대 밖에서 권한대행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나라가 되었다. 신문을 펴들거나 TV를 켜면 온종일 특검과 헌법재판소 발 국정농단 이야기와 문화계블랙리스트 관련 이야기뿐이니 보는 눈도 괴롭고 듣는 귀도 아프다.

좁은 땅덩어리에 무슨 놈의 이무기들이 그리 많은지 도토리 키 재기 하는 고만고만한 자들이 대선후보임내하고 전국을 누비며 표심을 도둑질하고 있으니 국민의 심사가 편할 리 없다. 군 의무복무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하겠다는 이무기가 있는가 하면, 국민 1인당 매월 100만 원씩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이무기도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다.

조선·해운업을 위시한 국가주력산업들이 줄도산하고 있고,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 경제가 파탄 일보 직전인데 표를 얻기 위해 국민들을 현혹하고 기만하고 있으니 구역질이 난다. 어디 그뿐이랴. AI(조류인플루엔자)와 김영란법 시행으로 축산·화훼업과 식당가들이 된서리를 맞아 쪽박을 찰 판이다. 그들에겐 새해와 정유년 설이 희망이 아니라 좌절이고 스트레스다.

나라밖 작금의 세계정세는 국내사정보다도 더 엄중하고 엄혹하다.

북한은 김정은이 ICBM 미사일 발사와 영변 핵 재처리시설 재가동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도발수위를 높이고 있고, 맹방이라는 미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웃 중국은 북한의 핵 도발 저지는커녕 사드배치를 저지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한류를 제재하고 화장품과 항공로선 등에 딴죽을 걸며 간을 보고 있고, 심지어 공연일정이 잡혀 있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소프라노 조수미에게까지 비자발급을 해주지 않는 등 대국답지 않는 처신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일본도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트집 잡아 자국대사를 소환하는가 하면 우익정치인들의 독도 유린 망언도 모자라 초ㆍ중학교 교과서까지 독도를 자기네 영토로 표기하고 가르치려 하고 있어 한·일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사치로 들릴 만큼 우리나라의 현실이 참으로 암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정치권은 사분오열되어 대권놀음과 당파싸움만 하고 있고, 이를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들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미명아래 국익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보도를 경쟁하듯 토해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여기다가 SNS에서는 악의적인 가짜뉴스와 짜깁기뉴스가 횡횡해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는 어처구니없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수도 서울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헌재의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촛불부대들과 탄핵 결사반대를 외치는 태극기부대들이 숫자놀음을 하며 차가운 거리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유 민주사회에서 쟁점 사안에 대한 찬·반 표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옳고 그름이 아닌 개인의 호불호이므로 이를 탓하거나 욕할 수도 없다.

문제는 결과의 승복이다. 2월 말이면 특검수사도 끝나고, 3월이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여부도 결론이 날 것이다. 재판결과에 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아 심히 걱정이다. 나라가 힘이 없거나 지도자를 잘못 두면 국민이 도탄에 빠짐을 역사는 웅변한다. 연중 가장 추운 달을 해의 시작 달로 삼은 뜻을 묵상하자.

대한민국에 진정 봄은 오고 있는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