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 하은아<증평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1.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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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정유년 새해다. 설도 지났으니 아직 새해가 오지 않았다고 우길 재간이 없다.

나이를 한 살 먹은 만큼 더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마냥 철없이 살았는데 짹짹거리는 병아리 같은 아이가 두 명이나 곁에 있다. 서글프면서도 책임감과 사명감이 차오르는 새해다.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껏 나에게 가장 중요한 독서의 테마는 다독이었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를 숙제하듯 풀어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서목록은 고민의 대상이 되었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에 대해 신중해진다.

이런저런 고민을 토대로 올해는 고전을 다시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적 허영심에 책장을 가득 채워 놓은 고전을 한 권 한 권 다시 꺼내 읽기로 했다.

처음으로 고른 책이 장편소설`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이윤기 옮김·열린책들)이다. 아마 주인공이 조르바를 만나는 장면은 족히 15번은 읽었으리라. 그러나 늘 거기에서 멈췄다. 산만하게 펼쳐지는 배경 묘사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하고 흥미를 잃었다. 이번엔 참아보기로 했다. 책을 펼치고 30쪽을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주인공의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왜 조르바와 함께 크레타섬으로 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400여 쪽에 해당하는 분량 안에서 알 수 없는 선문답들이 이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남성 성과 여성 성의 논리, 강조되는 남성의 우월성, 그것을 비웃는 사람들, 종교가 가진 양면성을 조롱하고 있었다.

책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참을성이 필요했다. 조롱하는 말들 사이에서 해학을 읽고, 그 속의 이야기가 전해질 때까지는 참아내야 한다.

어떤 논리적인 얼개와 기승전결의 구조를 그리며 읽었던 버릇은 잠시 넣어둬야 한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나길 권한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책이라 여기며 추천한다. 아직도 나는 백 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시 한번 단어 하나하나 곱씹고 눌러 읽어야겠다. 그때는 어쩌면 카잔차키스의 해학에 웃음을 터트리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여러 번 이 책을 만나야겠다.

때로는 자유를 갈망하는 자에겐 희망을, 절망하는 사람에겐 현실을 조르바는 일깨워줄 것이다. 머리가 말하는 어려운 말이 아닌, 마음을 다해 춤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조르바의 철학을 서서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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