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 유현<청주시립도서관>
  • 승인 2017.01.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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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청주시립도서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 즈음이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는지를 물어보고 싶어진다.

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은 광활한 대륙을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멈추어 확인하곤 했단다. 우리도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시간을 뒤로하고, 잠깐 멈추어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그래선지 바쁜 현대인들이 오롯이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미처 돌볼 겨를이 없었던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이 눈에 띠었다.

“오늘이 바로 당신이 죽기 이틀 전입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내가 죽을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알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라는 의도에서 시작된 “내게 남은 48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가 죽음으로 향해가는 촉박한 마지막 48시간을 `누구'와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의 생과 마주해봄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48시간으로 설정된 타임스위치가 작동을 하게 되면 출연자는 처음엔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시작한다. 조금씩 시간이 흘러가면서 슬슬 자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 순간들을 애틋하게 떠올린다. 그래서 추억 속 장소를 찾아가 자신의 흔적을 따라간다. 그렇게 예전 어릴 적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결된 추억을 떠올려 옛날 음식을 맛보거나 오래전에 살았던 집 앞, 수도 없이 오르내렸던 계단을 새삼 밟아 보거나, 모교를 찾아가 보거나, 첫사랑을 찾거나 … 그렇게 몇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옛 추억의 족적을 더듬어 가며 사무치는 그리움에 잠긴다. 그리고 다음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새삼 열정을 품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일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존경스럽고 되게 멋지다는 것을 뚜렷하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48시간 마감 전, 마무리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영상편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보면 나올 수밖에 없는 말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방송은 끝이 난다.

출연자들이 48시간밖에 살지 못한다고 선고를 받은 후 한 행동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았다. 평소대로 일상을 살았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옛 추억에 젖는 것과 같이 그렇게 옛 추억을 그리워했으며, 늘~자신이 해오던 일을 새삼 소중하다고 느꼈으며, 평소 사랑하는 가족에게 직접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표현을 한 것밖에는 없었다. 이렇듯 죽음을 앞두게 되니 좀 더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고, 더욱 더 감사한 것이 많아졌고, 더 많이 사랑했으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았던 자신의 일상도 소중하기만 했다.

즉, 자신의 죽음을 제대로 인식했을 때 그동안의 내 인생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껏 많이 달려온 인생, 새로 시작할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삶이 곧 끝나버린다고 생각하며 살라.

그러면 남은 시간이 선물로 느껴질 것이다.

현재의 삶은 최고의 축복이다.”라는 톨스토이의 이야기처럼 2017년도에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와 행복이 넘치는 한 해를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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