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과 조윤선
김기춘과 조윤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1.23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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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권불오십년. 적어도 그에게는 이 표현이 맞을 듯싶다. 지난 21일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1939년생인 그는 서울대 입학 후 21세이던 1960년 고등고시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기초에 관여했고 35세의 젊은 나이에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노태우 정권 때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뒤, 김영삼 정권 때 초원복집 사건을 일으켜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로로 내리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거침이 없었다. 대통령은 취임 후 8개월 만에 그를 비서실장으로 불러들였다.

사실상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재상으로서의 등용이었다. 장·차관이 모두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지시를 이행하고 보고했으니 말이다. 이때까지 그가 누린 권력의 `세월'은 장장 57년. 권불십년이란 말이 그에게 `모자란' 이유다.

신데렐라. 본인도 인정하겠지만,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인생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사업가 아버지와 약사인 어머니 슬하에서(1966년생)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그는 사법시험 합격 후 모든 법조인의 선망인 초대형 로펌 김앤장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거칠 게 없었다. 동성(同性) 친구들이 `신은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라고 시기할 만큼 늘 보다 높은 곳으로 오르면서 인생과 권력을 향유했다. 시티은행 부행장 자리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쳐 여성가족부 장관에다 청와대 정무수석, 문화체육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최근 최순실의 이름이 세간에 퍼지기 전까지 여성 관료로서는 최고의 자리에서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21일부터 한지붕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대학 동문이자 법조계 선후배 사이인 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현 정권에서 남녀를 통틀어 최고 실세 권력이라는 점 말고도 인생에서 한 번도 추락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거짓말을 진짜처럼 한다는 점도 똑같다. 이들은 그동안의 청문회나 검찰 수사에서 한결같이 모른다만 되풀이해 왔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용주 의원으로부터 18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받고서야 마지못해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한 조 전 장관.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 만난 일도 없고, 통화한 일도 없다'며 최순실의 존재를 부정했다가 박영선 의원의 동영상 증거 제시에 결국 만난 사실을 인정한 김기춘 전 실장.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법조인답게 치밀하게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완벽에 가깝게 증거를 인멸했다. 조 전 장관은 문체부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 등 모든 관련 자료를 통째로 파기하게 시켰고 김 전 실장은 자신이 직접 증거 자료를 없애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이런 행위가 자신들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방증임을 삼척동자인들 모를까.

서당이 있던 시절, 예닐곱 살 학동들이 입문 과정에서 천자문을 떼면 맹자의 사단(四端)을 배웠다. 인간이 짐승보다 나음을 가르친 글인데, 바로 시비지심(是非之心)과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이런 마음이 없는 두 사람에게 나라를 맡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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