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원 개발사업, 무엇이 정의인가?
민간공원 개발사업, 무엇이 정의인가?
  • 권정주<청주시 도시계획과 주무관>
  • 승인 2017.01.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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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권정주<청주시 도시계획과 주무관>

2004년 여름, 멕시코 만에서 세력을 일으킨 허리케인 찰리가 플로리다를 휩쓸고 대서양으로 빠져나갔다. 그 결과 스물두 명이 목숨을 잃고 11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했으며, 뒤이어 가격 폭리 논쟁이 불붙었다.

올랜도에 있는 어느 주유소는 평소 2달러에 팔던 얼음주머니를 10달러에 팔았다. 전력이 부족한 8월 한여름에 냉장고나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던 많은 사람이 울며 겨자 먹기로 그 값을 고스란히 지불했다.

사람들은 이들을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이용해 이윤을 챙기는 약탈자라 불렀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가격의 상승은 공급의 증가로 유도해 플로리다의 복구가 더 빨라져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선순환의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유시장 논리를 내세웠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명강의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석학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지금 청주시, 아니 전국의 모든 시·군은 조금은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문제와 직면해 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유로 장기간 사익에 심대한 침해를 해온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 헌재는 아무런 보상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규정에 위헌성을 인정했고 이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일몰제를 비롯한 다양한 보상규정이 만들어졌다.

현재 청주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와 관련된 가장 뜨거운 감자는 근린공원시설이다. 근린공원시설은 시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우리 모두의 공공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집행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면 일몰제에 의해 자동해제돼 많은 녹지가 난개발로 인해 훼손 될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정부는 근린공원의 일괄해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공원부지에서 개발행위 특례에 관한 지침에 따라 민간투자를 통한 장기미집행시설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청주시는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도심 내 4개 근린공원(영운, 잠두봉, 새적굴, 매봉)에 민간공원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시민들에게 쾌적한 도시공원을 제공하는 한편 저렴한 가격의 주거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 청주시 정주환경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근린공원시설의 100% 보존을 요구하면서 민간공원 개발사업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당연히 민간공원을 100%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정된 재정으로 청주시의 모든 근린공원 부지를 모두 매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이 정의(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인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와 관련된 많은 질문을 하면서 어느 것이 정의라고 정하지 않고 수강생과 독자의 가치관에 따른 판단에 맡긴다.

민간공원 개발사업 역시 `과연 사회나 공동체를 위해 옳고 바른 도리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이 청주시의 체계적인 관리와 계획적인 개발을 유도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시민 여러분의 가치관에 따른 판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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