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占卦)
점괘(占卦)
  • 임형묵<수필가>
  • 승인 2017.01.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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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형묵

한 해를 보내고 나면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친다.

액(厄)을 멀리하고 운세를 가늠한다. 한 직장 동료는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해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며 돈 주고 보는 것보다 용하다며 내게 사주풀이 하는 인터넷 주소를 알려준다.

모 그룹 회장이 그 사주풀이를 통해 딸들을 사장 자리로 보냈다 하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가족의 신수(身數)를 점치고 사원을 뽑을 때에도 그 결과를 보고 채용했다 하니 궁금해 아니 열어볼 수 없다.

닭의 해인 정유년 새해, 공교롭게 닭이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소비자들은 비명을 지른다. 각종 장바구니 물가까지 들먹이고 있다. 서민경제는 물론 정치 외교 국방 등 나라 살림 어느 것 하나 안정되지 않아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근심이 떠나지 않는다.

지난 연말이었던가. 시국이 하도 뒤숭숭해 인터넷을 뒤지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점친 예언서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져 전해 내려오는 비결인데 여러 이야기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대한민국과 일본의 처지가 바뀐다는 내용이다. 섬나라인 일본은 조만간에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땅이 뒤집어지는 대혼란을 겪는데, 결국 일본 열도는 물속에 가라앉는다 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땅이 솟아올라 영토가 넓어지고 좋은 기운이 몰려와 세계를 지배할 날이 온다고 했다.

그것을 보고 잠시 위안을 했다. 국민의 힘이든 우주의 기운이든 대한민국이 역경을 벗어나 정상궤도에 진입한다 하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가슴이 허전하고 시린 것은 왜일까.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누가 그런 예언을 전했을까 믿어지지 않는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신이시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오늘 하루 견딜힘만 주소서.”라고 빌고 싶은 심정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해도 살기 어려운데 엉뚱한데 눈 돌리면 눈멀고 만다. 부족하다 할 때 손을 뗄 줄 알아야 욕을 먹지 않는다. 아무리 물질적인 면이 풍족해도 그것만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데도 개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며 힘을 과시한다. 빈축을 사는 것을 알면서도 욕망은 끝이 없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어지러운 세월, 흙탕물이 맑아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어 가슴은 타들어간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때 빛이 나게 마련이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을 때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다. `인생이란 문틈으로 백마가 달려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라고 송왕조(宋王朝)를 창건한 태조(太祖)가 공신들을 불러놓고 한 말이 가슴을 울린다. 인생의 짧음을 말해주는 적절한 표현이다. 채근담에도 `천지는 영원한데 인생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인생이 지나가니 허송세월 보내지 말라' 라고 일갈하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재화를 모으고 지위를 얻어 사치스러운 행동을 한들 그것은 하늘의 뜬구름과 다를 바 없다. 부귀영화도 한순간이다. 요행을 바라는 부질없는 한 해가 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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