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영장 기각, 무죄 의미 아니다
구속 영장 기각, 무죄 의미 아니다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01.19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된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통령 뇌물죄 수사 관련의 동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담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19일 새벽 4시 50분경 18시간이 넘는 장고 끝에 특검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 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지원과 지지를 해 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적시한 뒤, “특정 주주가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이나 정부가 지원하는 건, 공정한 시장경제의 근본을 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함으로써 이 부회장을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며 부정한 청탁을 한 뇌물 공여자'로 결론 내렸다.

삼성 측은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최순실씨 측에 대가를 바라고 지원하거나 합병·경영권 승계 관련 지원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는데 초점을 맞추며 사실 관계를 다퉈왔다. 또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합병이 이뤄졌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은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해 왔다.

이 같은 특검과 삼성 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 조 판사는 Δ“대통령이 독대 당시 승마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 최씨 측을 지원했다”는 이 부회장의 진술, Δ삼성의 경영 공백과 대내외적 신뢰도 하락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Δ수사의 진행 경과와 단계 등을 종합할 때 이 부회장이 범죄 혐의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는 점, Δ이 부회장의 사회적 지위 등을 감안할 때 도망할 염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Δ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Δ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Δ코레스포츠 213억원 등 430억원을 건넨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및 제3자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 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부정 청탁과 대가성 뇌물수수 등이 현 수사단계에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일 뿐, 조 판사의 영장 기각이 이 부회장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검팀이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의 밝음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권한을 가진 박 대통령의 강요에 가까운 요구 탓에 어쩔 수 없이 최씨 일가에 거액을 후원한 피해자”라는 삼성 측의 항변을 일도양단, 대한민국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삼성과 이 부회장도 `강요에 의한 피해자'운운하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 사죄한 뒤,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통해 거듭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