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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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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을 막을 방법이 없다
홍 득 표 <인하대 교수·정치학>

지난해 말 송년모임에 같더니 어느 친구가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라고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눈을 수술해 준 의사가 구속되었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깜짝 놀라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곳을 꿰매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두가 웃었다. 이는 노 대통령의 막말 때문에 생긴 우수갯 소리라고 보여진다.

솔직히 국민은 대통령의 거듭되는 막말에 어안이 벙벙하다. 어찌하여 이런 품위 없는 대통령을 모시게 되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국민 해먹기 정말 힘든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1년 이상을 막말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긴 한숨만 나온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대통령답지 않은 막말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대통령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일체 대꾸하지 않고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아니면 일일이 관심을 보이면서 비판하고 잘 하기를 끝까지 촉구해야 하는 등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대통령의 막말을 막는 실효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민이 큰 것이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던 습관성으로 치부하면서 무시하면 심리적으로 분석할 때 막말의 강도를 더욱 더 높여나갈 것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22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에서 분노에 차 쏟아낸 막말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자 같은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이제까지 참아 왔는데 앞으로는 할 말은 하고 대응 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날인 27일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보고회에서는 4년의 국정을 평가하면서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하면서 자신은 "특권구조, 유착구조를 거부하고 해체해 나가는 발전전략을 갖고 있어 특권집단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가 뭐라던 아랑곳하지 않고 임기 끝날 때까지 할 말은 다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의하면 오디이푸스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반골기질과 반항심이 강하고 증오심이 크다고 한다. 자기 방어나 자기도취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또한 심리분석 발달이론의 첫 단계인 구순기에 고착된 성격은 말하는 것에 쾌감과 희열을 느끼고 남들의 끊임 없는 관심을 요구한다고 한다. 이런 성격을 치유하는 방법은 애정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애정욕구가 충족되면 순화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청개구리와 같이 하지 말라면 더 엇박자를 놓게 되는 심리라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에게도 이와 비슷한 심리가 발견된다. 대통령이 되었지만, 자신은 항상 주변부라고 의식하고 기득권 세력에 대하여 반감을 갖고 있다. 국정의 실패를 모두 언론이나 야당 등 남의 탓으로 전가하면서 자기방어에 강하다. 또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다. 대통령이 몇 달간 말이 없어 나라가 조용하면 여지없이 충동적인 말을 통하여 국민의 관심과 언론의 각광을 받는다. 노 대통령 자신도 막말 때문에 인기가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던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대통령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상실감을 느끼고 더욱 더 불안해 할 것이며, 국민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막말의 강도를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항상 남으로부터 어떤 형태든 관심을 받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이런 심리를 가진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사랑과 칭찬이 약이다. 하지만,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대통령의 막말을 듣고 그냥 넘기자니 속병이 생길 것 같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꿀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어떻게 무조건 감싸고 애정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비판한다고 고칠 것 같지도 않다.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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