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론토크라시와 세대교체
제론토크라시와 세대교체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1.18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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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어제오늘 갑자기 노인 정치, 즉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국회의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과 장관 및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의 선출직과 임명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 최장 65세 정년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선출직 공무원 정년 필요성을 꺼냈다.

이런 견해가 표출되자 당장 일각에서 `노인 폄훼'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논쟁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우선 이런 논의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볼 때 시기적으로 정치의 계절이 됐다는 것이 다시금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런 논의는 표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기보다는 현실정치에서 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선출직 공직자 정년'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왔을 뿐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대교체'와 맥을 같이할 수 있는 그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표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출직은) 특수 기득권층이다. 최근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라는 용어가 나온다. 기득권은 넘겨주지 않고 계속 수십 년 동안 특권을 쥐고 있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입법화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출직의 역할에 대한 건강한 담론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깐, 최근 한 기업인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그는 최근 유력 정치인과의 한 모임에 참여했는데, 대다수가 70대 이상의 노인층이었다면서 지역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만년 어르신'들이 후학이나 후배, 후진을 양성하기보다 자신의 자리를 꿰차려고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모든 문제를 `나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이 급변하고, 사조가 격변하고 있는 시대에는 그 시대정신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세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충북에서도 지방선거 때만 되면 세대교체론이 불거지지만 사실 그때뿐이다.

관록과 경력, 풍부한 경험으로 대표되는 `대선배'들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배 정치인이 선배 정치인을 이기기 위해서는 상당한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장애물이다. `건방지다', `뭔가 노리는 게 따로 있다', `배은망덕하다'는 말부터 접해야 하니, 젊고 참신한 정치인들이 지방의원 한 번하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한 고관대작을 지낸 다음 지역에 봉사한다는 이름으로 선배대접을 요구하며 정치 일선에 얼굴을 내미는 `낙하산식'인사들과도 피곤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우리 주변에도 지방의회에서 초선과 재선을 하면서 정치경험을 쌓고 있고, 도덕성과 능력을 인정받는 정치인들이 여러 명 있다.

40대부터 50대의 혈기왕성한 이들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게 `노인 폄훼'에 해당할까.

모든 경우가 노인 정치 때문은 아니겠지만, 지역정치계에서 유독 `세대연결'이 잘 안 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론화가 필요하다.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표 의원이 화두를 던진 것, 늘 지역에서 화두로 잠재해 있는 이것을 이번 기회에 세상으로 끄집어내 토론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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