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상주(麗澤相注)
이택상주(麗澤相注)
  • 양철기<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1.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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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박사·교육심리>

`麗澤兌 君子以 朋友講習(이택태 군자이 붕우강습)' 주역 태괘(周易 兌卦)편에 나오는 내용으로,`두 개의 연못이 잇닿은 게 태(兌)니 군자가 이를 보고 친구와 더불어 강습한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고사성어 `이택상주(麗澤相注(짝 이, 못 택, 서로 상, 부을 주)'가 유래되었는데 `두개의 연못이 잇닿아 서로 물을 대어주니 마르지도 넘치지도 아니한다. 군자는 이와 같은 이치로 서로의 모자람을 채워주고 넘침을 제어하여줌으로써 함께 성장한다.'라는 뜻이다.

성호 이익(1681-1763)은 18세기 전반에 그 시대의 여러 사상조류를 종합하고 다양한 문제의식을 통해 실학의 학풍을 일으킨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사상가로 당시 공부 방법에 혁신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그분의 대표적인 공부 방법으로 혼자 공부하며 의문을 해결하는`질서법(疾書法)'과 변론과 토론을 통해 학문을 진취하는 `이택법(麗澤法)'을 제시했다.

질서란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서둘러 메모해 두는 비망록 방식의 독서 방법으로, 이익은 책을 읽을 때 본문의 내용을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그 의미를 생각하고 스스로 깨달은 바나 의문점을 빠르게 기록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당시 중국의 학문이나 서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암기하는 공부풍토 속에서 혁신적인 공부 방법이었다.

이익의 학문적 결정(結晶)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성호사설(星湖辭說)'은 저술로 집필된 것은 아니다. 그가 40세 전후부터`보는 데 따라 생각나고 의심나는 것을 적어두고는 다시 펼쳐 보지도 않았던 것'으로 그의 만년에 그의 후손이 베껴 남긴 것이다. 성호의 공부 방법을 이어받은 다산 정약용이 18년 귀양살이 동안 500여 권의 실학서와 232권의 경학 관계 연구서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질서법 습관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이익을 중심으로 활동한 성호학파의 공부 방법 중 다른 방법에는 함께 서로 배우고 익히는 이택법이 있었다. 이택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토론과 논쟁이었는데, 얼굴을 맞대는 대면토론과 편지로 의견을 주고받는 서면토론이 있었다. 이익의 제자 안정복은 자신의 거처를 이택재(麗澤齋)로 불렀는데 절차탁마하는 당시 유학자들 공부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토론 학습법은 유태인들의 교육에서도 검증된 방법으로 그들은 어릴 때부터 회당에서 토론을 하는데 논쟁에 가깝게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한다. 많은 학자에 의하면 유태인의 힘은 이러한 토론 공부 방법에서 나온다고 한다.

1812년 다산 정약용이 제자 초의선사를 시켜 그린 `다산도(茶山圖)'를 보면 지금의 다산초당과는 달리 아래위로 연못 두 개가 있다. 마당의 두 개 연못 곁 초당에서 사제간, 붕우 간에 열띤 토론을 벌이던 그들의 그 봄날이 눈에 선하다.

우리나라 선비들은 공부하면서 늘 벗에게 자극과 각성을 주어 함께 발전하고 성장했다. 서로 보는 바가 다르고 깨닫는 바가 다르기에 고립되거나 혼자 하면 독단에 빠질 것을 경계한 것이다. 혼자 가두고 있으면 물은 썩게 마련이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2017년 신년 화두로 `이택상주'를 삼았다. 교육주체들이 서로 모자람을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누어가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충북교육 수장의 염원이라 생각된다.

`이택상주'의 충북은 학생들이 혼자 하는 공부를 넘어 뜻을 같이하는 벗들과 절차탁마의 자세로 토론하고 서로의 배움을 협력적으로 가꾸어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가 될 것이다. 진보와 보수, 교육청과 도의회, 교원과 행정직, 교사와 학부모 등 갈등과 대립이 있는 단체와 단체가 서로 물길을 열므로 맑고 깨끗한 연못을 만들어 그 속에서 학생들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삶의 교육공동체가 될 것이다.

/서원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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