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보인 교육계
민낯 보인 교육계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1.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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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교육계만큼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껴갈 줄 알았다.

하지만 교육계의 고인 물은 민낯을 드러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농단의 핵심 인물은 다름아닌 다수의 교수들이었다.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였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김종덕 전 문화체육 관광부 장관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였다. 정유라의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에 관여한 류철균, 남궁곤, 김경숙 교수 모두 이화여대 교수다.

교수들은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고 끊임없이 배움을 갈구할 줄 알았다. 교수들이 권력과 돈 앞에서 무릎꿇은 모습은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강단을 지켰던 수많은 교수들을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지역에서도 교육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사례가 있다.

충북대 산학협력단의 한 초빙교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비를 편취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된 적이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추진한 책임연구원 A교수(초빙 조교수)는 이 대학 동문 6명의 명의를 빌려`자문위원 활용신청서'등 지출 결의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것은 물론 동문들에게 지급된 자문비 270만원을 되돌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를 양성하는 청주교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 대학 모 교수는 연구비 400만원을 지원받고 이미 발표된 제자의 학위 논문을 요약해 본인 단독연구로 교내 논문집에 게재하고 이를 자신의 2014년도 교수 업적 평가자료로 제출해 평가에 활용했다. 2014년 퇴직한 이 대학 교육연구원 조교는 부서운영비 등 7440만원을 본인의 계좌로 이체해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한 사실도 들통났다.

돈 앞에, 권력 앞에 흔들릴 수는 있어도 마지막 보류인 교육자로서의 양심마저 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닷말 곡식에 허리를 굽히지 않았던 중국 진나라 시인 도연명의 절개나 성품을 기대하는 게 욕심일까?

얼마전 지인인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두달 정도 중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한 명을 자신의 집에 하숙생으로 받은 얘기를 들려줬다. 재혼 가정에 살고 있는 이 학생은 거의 방치된 생활을 했다. 교감선생님은 정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단 한순간이라도 본다면 훗날 이 학생도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희망을 품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고 때아닌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교사인 부인은 남편의 뜻을 이해하고 하숙생의 아침, 저녁 밥상을 차려주었다. 주변사람들은 아파트에 낯선 사람을 들여도 되냐며 걱정했지만 이들 부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교감선생님은 동정받는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몇 푼의 하숙비는 받았다. 가정에 TV가 없어 하숙생인 남학생과 함께 책을 읽기도 했다는 교감선생님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한 해 지인들을 설득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돈도 안되는 일이다. 때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한 마디 던진다.“교사로서 누군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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