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지원 정책 사각지대
출산 지원 정책 사각지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1.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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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요즘 직장에서 배가 남산만큼 부른 만삭의 임신부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그래도 만삭이 되어서, 출산 전 2~3주나 되어서야 출산 휴가를 가곤 했던 직원들이 이젠 그래도 출산 6~7주 전부터 바로 집에서 출근하지 않고 출산을 준비한다.

여권 신장 운동이 한참이던 십수 년 전만 해도 엄두도 못 냈던 각종 출산 지원 정책이 자리를 잡은 덕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임신부의 출산 휴가 기간을 출산 전후 90일로 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출산 전 45일, 출산 후 45일씩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출산 직전 배가 남산만큼 부른 임신부를 자주 볼 수 없는 이유다.

20~30년 전 직장을 다녔던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이 출산 휴가 제도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육아 휴직 제도다. 2007년도 남녀고용평등법에 일 가정 양립 조항이 생기면서 직장에 다니는 여성은 자녀 양육상 필요하다고 느낄 경우 1년간의 육아 휴직을 할 수 있게 됐다. 휴직 기간 중 일정 부분 급여도 받을 수 있다.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다가 1년 후 다시 복직해서 얼굴을 나타내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육아 휴직자는 휴직 기간이 끝나고 복직도 당연히 허용된다. 현행법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 근로자를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만삭 때까지 일을 하다 집에 가서 애를 낳아야 하고, 육아 휴직은 엄두도 못내 끝내 직장을 포기해야 했던 옛날 직장 여성들로서는 요즘의 정부 출산 지원 정책이 보통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예전엔 공직사회에서조차 부부가 함께 직장 생활을 하다 아내가 임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허다했다. `멀쩡하게 근무를 하던 중 임신을 하니 동장님이 직장을 그만둬 달라고 부탁을 해서 할 수 없이 퇴직을 했다'는 얘기…. 흔히 들어 볼 수 있었다.

이러했던 과거 시절에 직장을 다녔던 여성들로서는 요즘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이 여간 부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좋은 정책이 먹혀들지 않은 사각지대가 있다.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사기업이다.

현재 정부의 각종 출산 지원 정책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장인이나 누릴 수 있는 `반쪽 특혜'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육아 휴직제의 경우 일반 사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그림 속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엔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던 한 직장인이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가 직장 상사에게 폭언과 함께 퇴사 권유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 끝내 회사를 그만둔 사건이 보도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 휴직과 출산 휴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불이행 사업장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된 적은 전무한 상황이며 벌금형도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국가 최대의 현안인 저출산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관련 법규가 정비·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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