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 비웃는 바이러스
인간의 탐욕 비웃는 바이러스
  •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3)
  • 승인 2017.01.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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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3)

조류 수난 시대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살처분 된 가금류만 해도 지난 10일 현재 3150만 마리로 우리나라 전체 가금류의 18%에 달한다. 역대 최악이었던 2014년 살처분 된 가금류 1396만 마리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가히 국가적인 재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AI는 전파속도가 굉장히 빠를 뿐만 아니라 변종 바이러스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포유류(고양이) 전염이 확인돼 AI의 인체 전염 가능성도 현실화되고 있다.

AI는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철새의 영향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와 농가들은 AI가 이미 토착화됐다고 본다.

발병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비좁은 공간에서 많은 개체를 집단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은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알을 낳는 닭의 경우는 움직이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달걀을 낳도록 강요당한다. 고기닭도 부리와 발톱을 잘린 채 비좁은 우리에서 고열량 사료를 먹고 빨리 자라야만 한다. 자연히 항생제 투여량은 늘어나고 면역력은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육류소비가 늘어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가족농 축산'이 `기업형 축산'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양계와 양돈, 육우 등 축산업은 지속적으로 대형화되고 농가는 계열화된 대기업의 `하청 사육농'으로 전락했다. 이런 대량사육 방식은 생산성을 높인 반면 가축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려 질병확산을 불러왔다. 해마다 또는 한두 해 걸러서 AI나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액도 엄청나다. AI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지출 비용은 9000여억원에 달한다. 올해 AI 감염률이 전체 닭 사육 두수의 20%인 3305만 마리에 이를 경우 농가와 전국적인 피해액은 9846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또 30%인 4958만 마리가 감염되면 피해액은 최대 1조476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여기에 살처분 비용과 방제비용을 더하면 실제 피해액은 훨씬 더 늘어난다.

피해액 뿐만 아니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닭이 제공하는 달걀과 고기가 인체에 좋을 리도 만무하다.

좁은 공간에서 밀식 사육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바이러스 공세를 피하기 어렵다. 바이러스 피해를 줄이려면 사육여건을 개선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환경친화적인 동물사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물복지는 사육되는 동물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것이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엄청난 재난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인간의 탐욕을 절제시키는 역할이기도 하다. 돈 더 벌려고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를 집어넣고 학대하면서 사육하는 것을 바이러스는 용납하지 않는다. 방역을 강화하면 질병을 막을 것 같지만, 바이러스는 다른 변종으로 진화한다. 방역과 백신도 필요하나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는 없다.

인간의 탐욕이 커질수록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신(神)이 인간의 탐욕을 통제하면서 자연의 순환과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보이지 않는 물질로 바이러스를 숨겨두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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