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책과 비전 내놓아야
반기문, 정책과 비전 내놓아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1.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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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0년간의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12일 오후 귀국했다. 장외에 머물러 왔던 유력 대선후보의 선거 무대 입성인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정치권은 벌써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대선 판세에 미칠 파급력을 놓고도 저울질이 한창이다.

정치의 변방에 머물러 왔던 충청 정치권도 들썩이고 있다. 반 전 총장과 정치적 길을 함께 하겠다는 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에는 충청 대망론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 번도 대선 후보가 나오지 않았던 충북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충청권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여론조사에서 현재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 전 총장 귀국에 맞춰 충청권을 방문한 것도 다분히 계산된 포석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고향을 찾는 것으로 본격적인 견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서 첫 언급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선언하며 대권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 등을 강력히 부인하고 `왜곡', `폄훼'라며 역공을 폈다.

기자회견에서는 “패권과 기득권은 더는 안 된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 책임이 있다”며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야권의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모두 겨냥했다. 반 전 총장은 이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자택이 있는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하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한 뒤 대구 서문시장, 부산 유엔묘지, 전남 진도 팽목항, 경남 김해 봉하마을, 광주 5.18 민주묘지 등 국민 통합의 상징적 장소를 찾는 광폭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외교부 장관과 유엔의 수장을 지냈지만 정치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야당은 칼날 검증을 예고하며 견제에 나섰다. 참신함이 장점이지만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단점도 있다. 국내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이 대선과정에서 검증을 통과하고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뉴 DJP 연합', `제3 지대론', `충청대망론'등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정치공학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대선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패권을 기반으로 하는 이런 정치공학들에 함몰되거나 휘둘릴 경우 정치 신인이 갖는 장점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이 과거식 정치와 차별된 원칙과 소신을 보여야 그가 갖는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새겨야 할 것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서 기존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는 행보를 하겠다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여당으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스팩트럼을 넓히는 것이 오히려 낫다. 그러면서 내부 점검을 통해 본인의 주변을 챙겨 현미경 검증에 대비해야 한다.

동생과 조카가 뉴욕현지법원에서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고 하는 악재가 튀어나왔다. 전모를 소상히 밝혀 역풍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유엔을 이끈 리더십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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