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의 날개
딜레마의 날개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7.01.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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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수업을 하는 내내 한 아이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닥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덩달아 나도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분위기전환을 할 겸 그 아이의 문제도 해결할 겸 나는 주제를 바꿔 보기로 했다.

“얘들아, 우리 오늘 각자 무엇을 했는지 돌아가면서 1분 동안 말하기 연습을 해 볼까?”

그렇잖아도 쓰기 수업이 지루했던지 아이들은 좋다고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학원에서 있었던 일, 아침에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일 등을 재잘재잘 풀어놓는다.

드디어 수업 내내 우울 해하던 그 아이의 차례다.

“저는 오늘 학원에서 시험을 봤는데 점수갉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요.”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이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엄마들은 학원에서 보는 점수로 아이의 학업수준을 파악하는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은 모든 학생들에게 지옥을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의 경우에는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공부가 시원찮았던 나는 종종 시험이 없는 학교가 생겼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 정말로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시험이 없어지면 아이들이 행복해 질 줄 알았다. 학원가는 아이들이 없어질 줄 알았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아질 줄 알았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여기저기 학원에 다니느라 지쳐 있고, 뛰어놀 시간도 없고, 행복해 보이지도 않는다.

교육부에서는 그간 학생들을 괴롭혀 온 획일적·줄 세우기식의 지필 평가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고사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행복권을 되돌려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부모들은 교사의 주관이 개입되는 상시평가를 신뢰할 수 없고 아이들의 학력도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 여론도 상당하다.

또 일제고사가 사라진 자리에 수행평가가 자리하면서 엄마가 해 줘야 할 숙제가 더 많아졌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의 시험을 폐지하면서 교육부는 아이들의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물론 취지는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게 한다.

오히려 부모들은 시험이 없어져서 더 불안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내 아이의 실력을 평가할 수단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분명 시험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감옥이다. 물론 부모들도 아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시험이라는 감옥에서 나온 아이들이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들과 부모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대안은 없을까.

교육부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딜레마의 날개가 더욱 커지기 전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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