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만난 사람들
새해에 만난 사람들
  • 임형묵<수필가>
  • 승인 2017.01.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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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형묵

상당산성이 가까워져 올수록 차량 행렬이 꼬리를 뭅니다.

터널 안은 물론 상당산성의 정문 격인 진동문(鎭東門) 주변과 성곽 길에도 새해맞이 객들로 넘쳐납니다.

저도 신이 납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그 대열에 합류합니다.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갑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안개가 자욱하고 구름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기상청 예보로는 전국 어디에서나 해맞이를 볼 수 있다고 했으니 기다려 봅니다. 태양이 솟아오르려면 얼마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핸드폰에 자꾸 손이 갑니다.

중년 부부들이 많이 보입니다. 친구들과 새해 아침을 맞기도 합니다.

아이를 둘러업고 소망을 기원하고 풍선을 날리며 희망을 띄웁니다.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 한옆에도 홍합을 곁들인 삼합 안주에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며 운수대통하기를 빕니다.

다들 가슴 속의 응어리를 지워냅니다. 무거움을 덜어냅니다. 푸념도 없고, 짜증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입니다.

새날을 맞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미호문을 마주하는 곳도 잔설이 여전합니다. 개중에는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신호겠지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겠지요. 보폭을 줄이고 속도를 늦춥니다.

사무실 직원을 운 좋게 만났습니다. 문학회 회원을 만나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도 연(緣)을 이어갑니다. 새해 벽두부터 만남이 이어집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힘을 보탭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아침입니다.

산 능선을 오르고 나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쳐내며 청주 시내 전경을 내려다봅니다.

매번 보는 전경이지만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정감이 있습니다.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냉기마저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어둠이 점점 옅어지는 걸 보면 저편에는 붉은 해가 솟아올랐을 겁니다. 생기에 찬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는 듯합니다.

두 팔 벌리고 가슴을 펴며 희망가를 부를 겁니다. 우주의 기운을 불어넣을 겁니다.

공남문(控南門)이 내려다보입니다.

그런데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안개 자욱한 하늘을 원망하는 것 같습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했나 봅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우렁찹니다. 결의에 찬 눈빛입니다. 식당으로 사람들이 몰려갑니다. 식당 주인은 벌써 오가는 손님들이 추위를 녹이라고 식당 입구에 나무장작을 지핀 난로를 준비해 뒀습니다. 그렇게 다들 마음을 보탭니다. 따스한 기운을 나눕니다.

갈증이 나 가게에 들러 마실 거리를 삽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까 하다 현금으로 계산합니다. 나보다도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있어도 새해 들어 내가 처음 들른 가게라 그리할 수 없었습니다.

소망하고 기원합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가슴에 찬란한 빛이 스미게 해달라고. 찬바람 들게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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