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 나 하나
별 하나 나 하나
  • 권재술<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7.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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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말하지 않아도 저 하늘의 별은 사람들에게 아련한 고향의 추억 같은 존재다.

시인에게는 시상이고 연인에게는 사랑이고, 외로운 이에게는 동무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철학자에게는 별이 우주와 인간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악한 인간도 별을 보는 동안만은 조금 경건해지리라.

과학은 별을 보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 과학뿐이랴. 어쩌면 종교도 별을 보면서 생겼고, 철학도 별을 보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성경에도 동방박사가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별은 저 멀리서 빛나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사화복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별을 관측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을 이렇게 사로잡는 저 하늘의 무수한 별은 사실 태양과 같은 불덩어리다. 너무나 멀리 있어서 작게 보이지만 모두가 태양이다. 밤하늘에 있는 은하수를 빛나는 구름이라고 생각했으나 망원경이 생기면서 그것은 무수한 별의 집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별은 멀리 있는 태양이다. 그러면 별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약 4광년 떨어져 있다.

1광년이란 빛이 1년 동안 가야 하는 거리다.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되는 거리를 갈 수 있다. 1억5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양까지 8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일 년도 아니고 4년을 가야 한다니 얼마나 멀리 있는가? 이것은 가장 가까운 별에 대한 것이고 대부분은 이보다 어마어마하게 멀리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무수한 별은 은하수 은하(Milkyway Gala xy)라고 하는 우리 은하에 속해 있다. 이 은하는 직경이 약 십만 광년이나 되고 그 안에 별이 약 1000억 개가 있다. 우리가 별을 보는 것은 별에서 나온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어떤 별빛은 십년, 어떤 별빛은 만년, 어떤 것은 십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다. 십만 년 전의 별? 십만 년이라면 단군조선은 생길 꿈도 꾸지 못하고 인류는 돌로 짐승을 때려잡던 구석기 시절이다. 그때 출발한 빛을 지금 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십만 년 전의 별을 보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별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밤하늘의 별이 모두 이 은하수 은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별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주에는 우리 은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다른 은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망원경에 찍힌 희미한 한 점을 잘 분석해 보았더니 그것이 별이 아니고 무수히 많은 별로 이루어진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미한 점 하나가 별이 천억 개나 있는 거대한 은하라니! 그것을 발견한 놀라움이 어떠했을까?

지금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에 별이 약 1000억 개 있고, 이러한 은하가 우주에 약 1000억 개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인데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고 크기가 무려 22만 광년이나 된다.

여러분은 상상이 가는가? 하늘 저 멀리 아득히 수억 광년 아니 수백억 광년에 걸쳐 있는 별들을 상상해 보아라. 우주는 얼마나 광활한가?

여러분은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우주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어마어마한 것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주여행?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이 인간이 감히 몇 억년의 여행을? 그래도 인간은 그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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