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부끄러운 존재인가?
취업준비생, 부끄러운 존재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1.0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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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새해가 시작되면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적어본다.

직장인은 연봉 인상을, 신혼부부에겐 내 집 마련을, 수험생이 되는 고3 학생들은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꿈을 꾼다.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의 올해 목표는 취업일 것이다.

경기 한파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취업준비생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따갑다.

취업 준비생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아무 데나 들어갚“눈 좀 낮춰라”등이다.

다음 달이면 도내 대학가마다 학위수여식이 진행된다.

요즘은 졸업식 날짜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불효'가 됐다.

취업도 못했는데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4년간 축낸 자식이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50% 안팎이다. 결국 대학문을 나서자마자 졸업생의 절반은 취업 준비생 신세가 된다.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부러운 시절은 캠퍼스를 누비던 대학생 신분을 가진 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학가에선 졸업식에 참석하는 졸업예정자들의 인원이 점점 줄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체 졸업예정자들이 모인 졸업식보다는 단과대학이나 학과별로 나눠 졸업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대학 졸업을 앞둔 구직자 1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불안하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심정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56.52%는 `취업 걱정에 우울하다'고, 17.4%는`앞날이 막막하다'고 답했다. `졸업 후 사회인으로서의 인생이 기대된다'는 답변은 10.87%에 불과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3.3%는 `취업 준비에 시간을 쏟느라 바빠서'라고 답했다. 이어 `귀찮아서'(26.67%), `취업한 동기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20.00%), `졸업식에 참여할 만큼 학교에 애정이 없어서'(16.67%) 등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포털에 한 블로거가 올린`취준생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질때'라는 제목의 글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블로거는 취준생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난감한 일이 직업란을 작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엔 머리도 식힐 겸 떠난 외국 여행 과정에서 입국심사 서류를 작성하다 직업난을 보고 머릿속이 복잡했다고도 털어놨다. 결국 직업란에 취업준비생이라는 `job-seeker'대신 그는`student'라고 적었다. 남에게 안타까운 시선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학생'이라고 적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취업준비생을 안타깝게 바라보면 나는 안타까운 사람이 됐고, 취업준비생을 부럽게 보면 부러운 사람이 됐다”며 “안타까운 사람이 되기 싫어 대학생이라고 말했고, 부러움의 대상이 됐을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인생이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내가 정하는 만큼, 다음 여행을 떠날 때는 당당히 직업난에`job-seeker'라고 적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취준생이라고 하면 어느 순간 노는 사람, 백수로 인식되는 세상이 됐다.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취준생은 부끄러운 존재가 됐다.

기성세대가 취준생들에게 해줄 일은 용기를 주는 것이다. 조금 느려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손잡아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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