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양가(擊壤歌)
격양가(擊壤歌)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7.0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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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진천주재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이 되었을 때 과연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백성들이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평민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다.

한 노인이 길가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들기고 또 한 손으로는 땅바닥을 치며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뜨면 일하고(日出而作)/ 해지면 쉬고(日入而息)/ 우물 파서 마시고(鑿井而飮)/ 밭갈아 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태평성대를 노래한 격양가이다.

정치의 고마움을 알게 하는 정치보다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조차 못하게 하는 정치가 진실로 위대한 정치라는 것을 뜻한다.

유한한 자원(권력, 자본, 기회 등)의 우선 배분순위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염려하며 광장으로 나서야 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과 대비된다.

한 지인은 우리 국민을 잔뜩 달궈진 프라이팬 위의 콩에 빗대면서 정치가 국민을 달달 볶고 있다고 표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촛불민심이 국회에서 박대통령을 탄핵하게 만들었다.

강남 아줌마의 국정농단사태에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지면서 국가 운영의 틀과 사회작동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새누리당 분당으로 4당체제를 맞이한 정치권은 자기 정당, 자기 계파에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어 보인다.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 좌클릭 혹은 우클릭으로 중도층 끌어안기 등등 촛불시위에 나타난 민심에 대한 이해나 자기성찰없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기득권을 재생산하려는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죽 쒀서 개 주는 꼴 되기 쉽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집단적 분노를 평화적 집회로 승회시킨 촛불민심은 이념과 지역, 계층과 세대간 반목과 갈등을 역사의 유물로 밀어내고,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 패권경쟁의 시험장이 되고 있는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 나갈 이상과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게 나라냐'하는 자괴감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국민들은 촛불민심에 화답하는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해야 한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런 사실로 되고 있는 요즘 선거철만 되면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는 이들에게 두 눈 똑바로 뜨고 주인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정유년 새해 새벽을 여는 붉은 닭의 힘찬 울음소리에 꿈에서 깨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격양가를 들으며 덩실덩실 춤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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