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배 시인의 문학 칼럼
박화배 시인의 문학 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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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담는 그릇, 詩
사람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요즘은 외모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얼굴을 성형하고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처음엔 배우나 탤런트같은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성형을 하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일반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성형을 하게 되고,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여건만 허락되면 성형을 하고 싶어해 성형이 더 이상 숨겨야하는 비밀스런 일이 아니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이 시대는 외모지상주의가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에는 영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영혼을 아름답고 맑게 가꾸려했던 풍조가 만연했었다. 그래서 종교와 이념, 그리고 사상이 역사와 문화, 예술과 문학을 지배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꾸고 있는 우리육체는 영혼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영혼의존적인 가시적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기에 이 시대에 홀대를 받는 우리의 영혼. 하지만, 그것은 육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간존재의 주체인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육체라 할지라도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는 더 이상 아름답지도 않을 뿐더러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의 어떤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 즉 육체는 영혼이 사는 집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영혼, 그 영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영혼에 순수한 사랑을 담고 있을 때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허상과 이기적인 욕심을 품고 있지 않은 그런 순수한 사랑을 가질 때 우리의 영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본질을 끌어내는 작업을 시를 통해서 해왔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얘기한 것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삶의 본질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시 중 '나무'라는 제목의 시에 대해서 문학평론가 채수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나무도 사랑을 먹어야 자라고, 시(詩)도 사랑을 가질 때 비로소 화려한 향기를 전달하게 된다. 사랑은 존재에 향하는 필수요소이면서 성장의 동력(動力)"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의 이름이 될 것이다. 홀로 서 있는 동산의 나무라 할지라도 태양과 물이 없다면, 이런 사랑의 요소는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써 작용한다.

이제 당신이 부른 사랑의 이름이

따뜻한 수액으로

모자란 내 혈관에 차오르고

힘차게 뻗어보는 물오른 가지를

바람으로 흔들며 부르는 노래

이 저녁숲에 다 퍼지도록

두고 두고 부르는 당신의 노래는

어둠이 깃들어도 환한

나의 등불입니다.

-박화배 '나무' 중에서-

시가 시인을 향해 동화(同化)되기를 열망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나'는 모자라고의 낮춤에서 키워주는 역할 '따뜻한 수액' 그리고 '노래', '등불' 등의 이름 등이 다가올 때, 사랑의 이름으로 환치하면서 시의 역할은 곧 시인의 삶을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역할로 점철된다. 이런 시인의 마음과 상응하는 시의 온기(溫氣)는 '나의 등불'에서 극점을 형성하면서 시가 곧 사랑의 진원이라는 뜻이 함축된다. 위의 시는 사랑의 물줄기가 시를 이루는 적극성으로 인지되는 철학이 항상 넘치고 있다.

- 채수영 문학평론가의 '평론' 중에서 -

인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남녀의 사랑 행위에 의해서 그 결과의 결정체적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존재 그 자체가 사랑으로 생성되어지고 그래서 사랑으로 이루어져 태어난다는 얘기이다. 그러기에 우리 인간은 사랑을 할 때 가장 아름답고,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사랑할 때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환희와 기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우리의 본질로 돌아오기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기다림의 미학 속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다림 속에는 목이 긴 그리움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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