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을 돌려준다면
십년을 돌려준다면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1.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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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새해를 맞으며 한해를 돌아본다. 희망과 꿈을 안고 출발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의 경계선을 넘어선다. 지난해의 생활을 평가하며 점수를 매겨 보고 있다. 사회와 가정 그리고 직장 생활에는 후한 점수가 주어지는데 내 삶에서 앞날의 준비 과정은 낙제점이다.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고향인 시골에서 작은집 짓고 조그마한 농장을 가꾸며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다. 땅의 마음에 귀 기울여보고 작은 생명이라도 직접 가꿔보고 싶은 것이다. 소출은 둘째고 거기서 얻는 자유로움에 한평생 조여 살던 어깨를 펴보고 싶다.

이순의 나이가 되기 훨씬 전부터 바람은 한결같다. 매년 똑같은 결과로 한 해를 보내고 그리고 후회한다. 소망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탓이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접고 시골 생활로 옮기기 위해서는 여태껏 쌓아놓은 생활환경에 크나큰 변화가 주어지는데 대책도 부족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이 아내의 동의를 구하고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일이다. 아내를 설득하는 일에서부터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하고 멈춰 있다. 나는 고향의 정취에 마음이 동하지만, 도시의 편리함에 젖은 가족들은 나의 정서를 지지해주지 않는다.

생활 주변 여건도 변화에 호응이 없다. 가족이 함께하기는 어려워 뒤로 미루고, 단계별로 목표를 달성하려는데 추진이 되지 않는다. 농지를 구할 요량으로 고향의 지인에게 부탁하지만 반응이 시큰둥하다. 농사는 앞으로의 희망이 보이지 않아 도와주기가 어렵다며 핑계를 댄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면 땅을 소개해 주면 끝나지만 두고두고 좋은 소리 듣기 어렵다고 단념하라는 부탁을 한다. 면적이 크고 적음에 관계없이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는 다 있어야 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 권장을 못하는 눈치다. 우유부단한 성격인 나는 세차게 몰아붙이지 못하고 주춤거리기만 한다. 요즈음 시골에 골짜기마다 번듯한 집들이 들어서 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와서 정착한 분들이다. 군인 출신도 있고 공직생활을 한 분, 회사에서 평생을 바친 분, 자영업을 하신 분들로 대부분 자연과 시골의 맛이 그리워 찾아온 분들이다. 그분들이 부럽다. 이곳에 오기까지 여러 가지 시련이 있었을 것이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생활에 큰 변화이기에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부부는 물론 함께하는 가족이 자연속의 삶이 좋아서 찾으신 분들도 어쩌다 한두 가정은 있겠지만, 대부분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결실을 보았다.

명심보감의 글귀가 마음을 당긴다. “한평생의 계획은 어릴 때 설계되고 일 년 동안의 계획은 봄에 세우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운다.”는 부분이다. 계획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실행이 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다시 풀 일이 없듯 목표를 정하고 실천을 차근차근해야 소망을 이루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를 위하여가 아니라 나를 위해 살고 싶다. 십 년을 돌려줄 때를 기다리지 말고 주어진 십 년, 이십 년을 향해 정유년 닭처럼 날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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