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혼자만의 `힐링 망년회'
오직 혼자만의 `힐링 망년회'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6.12.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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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올 한해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2016년 새해 첫날 떡국을 먹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끝자락이다. 2017년이란 새로운 한 해가 또 시작된다.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서부터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가슴에 확 와 닿았는데,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세월이 쏜살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일까? 문득 “子在川上(자재천상) 曰(왈) 逝者如斯夫(서자여사부) 不舍晝夜(불사주야)”란 말이 스쳐간다. “공자님께서 냇가에서 말씀하시기를, 흐르는 세월은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는구나!”라는 의미다. 그 누구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세월에 장사 없음이 만고의 진리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가르침이다.

찰나의 시간조차도 생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인 까닭에, 년 말 분위기에 젖은 채, 흥청망청 술에 취하며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드는 망년회는 하루속히 사라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에 이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6년 끝자락을 보람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제대로 된 멋진 망년회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망(忘)은 잊을 망자로, `연말에 그 해의 온갖 괴로운 일들을 잊기 위한 모임'이 망년회(忘年會)의 사전적 의미다. 연말에 친지 및 동료들이 함께 모여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면서 한 해 동안 서로에게 소원했거나 서운했던 일들을 훌훌 털어 버리는 것이 송년회인데, 오늘 밤이나 내일 밤에는 기존 망년회와 다른 `혼자만의 힐링 망년회'를 갖는 것은 어떨까?

친지 및 동료들과 음식 및 술 등을 먹고 마시면서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우애를 다지는 차원을 넘어서,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함으로써, 2016년 한 해 동안 마음속에 응어리진 이런저런 상처들을 스스로 보듬어 치유하고, 불쾌했던 기억들을 털어버리는 `혼자만의 힐링 망년회' 말이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불쾌했던 기억들을 털어버리는 `힐링 망년회'는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30일이나 31일 저녁, 모든 일정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으로, 거실이나 방 등 조용한 곳을 정한 뒤, 2016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된다. 영화를 보듯이, 2016년 한 해 동안의 일들, 특히 마음의 상처로 남았거나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일들을 떠올려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떠오르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어떠한 비판과 평가도 금물이다.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식 깊숙한 곳의 상처나 불쾌했던 기억들이 봄눈 녹듯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일들이 떠오르지 않으면 두 가지 경우다.

한 해 동안 마음이 아픈 일들이 없었거나, 혼자만의 `힐링 망년회'를 할 만큼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경우라면 논외다. 두 번째 경우라면 호흡을 고름으로써 들뜨고 흐트러진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고 모은 뒤, 편안하고 기분 좋게 영화를 감상하듯이 올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린 뒤, 저절로 사라질 때까지 흔들림 없이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마음속에 쌓인 모든 앙금들을 녹여내고 갓난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2017년 새해 새 아침을 맞이하길 바라며, `아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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