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에 서서
촛불 앞에 서서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 교구장>
  • 승인 2016.12.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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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백인혁

요즘 촛불이 화두요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국민이 부여해준 아니 일임해준 권한이 한두 사람의 이익을 위해 그들 개인적인 삶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어이없는 상황에 국민은 약한 바람에도 쉽게 꺼지는 여리디 여린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여 외쳤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 권한을 다시 우리 국민이 회수하겠노라”고 그랬더니 그 촛불이 정치인들에게 두려움을 주었고 그것은 결국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은 촛불과 함께 성탄절을 보냈고 촛불로 새해도 맞이할 것입니다.

지금도 촛불은 이어집니다. 국민은 절실합니다. 나약한 국민은 북풍한설에 바람막이 하나 없이 굶주린 늑대 앞에서 아무리 외쳐도 누구 하나 돌보아 주는 이 없는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심정입니다. 하여 이제 국민은 우리의 삶은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삶을 누구에게 맡겨서는 안 되는가보다 하는 생각도 합니다. 또한 우리 자녀는 그러한 세상에 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왕이 주인이거나 황제가 주인이었던 시절 `민주주의'라는 발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누구 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수가 원하는 세상, 다수가 꿈꾸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려는가보다는 희망과 꿈을 갖게 했으니까요.

그런데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하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은 민주주의를 그저 하나의 정치형태로만 받아들이고 왕이나 황제가 주인이던 시절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국민은 하나의 도구처럼 이용당하고 멸시당하며 때로는 아무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이 주인이어야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이것을 보여주는 힘이 바로 지금의 촛불이며 이러한 촛불은 곧 국민의 마음 `민심'인 것입니다. 이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틀을 국민에게 초점을 맞추어 다시 짜야 합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도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공무원들 모두도 다 국민을 위하는 조직으로 기능이 재편되어져야 합니다. 그간 한 곳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이제는 우리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 각자 각자도 하나의 작은 촛불이라는 개인적인 사고에 머무르지 말고 모여서 이루는 도도한 촛불의 물결처럼 거대한 우주 속에 함께 빛나는 촛불임을 자각하여 같이 살고 같이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큰마음의 소유자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디 새해에는 모두 다 서로 주인 되어 소중한 이웃들로 함께 손잡고 노래하며 춤을 추는 대 축제의 장이 펼쳐졌으면 하는 소망의 기도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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