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새해를 맞자
나답게 사는 새해를 맞자
  • 임성재<칼럼리스트>
  • 승인 2016.12.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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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어렸을 때 부모님께 `너답게 행동하라'는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내가 어때서?', `나답게 라는 것이 도대체 뭐야?'하며 반항하곤 했었다.

돌이켜보면 부모님은 당신의 자식은 이래야 한다는 당신들 나름의 행동규범을 만들어 놓으셨나 보다. 그리고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너답지 않다며 너답게 행동하라고 다그치셨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너답게 행동하라'던 부모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과연 나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답게' 또는 ~`답다'라는 말은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의 사전적인 의미만으로는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데 거기에 `너'라든지, `군인'이라든지, `민주시민'이라든지, `나이'같은 단어가 결합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말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도 제나라 경공이 `정치하는 방법'을 묻자 `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논어 안연 편)'고 대답했나 보다.

2016년 병신년이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세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고, 서민들의 지갑은 꽁꽁 얼어붙었고, 상인들은 차마 닫을 수 없는 빈 가게를 지키며 한숨을 쉬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을 모으는 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도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모처럼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조금은 흥청거리는 송년회를 하며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얇은 지갑을 열어 성금을 내기도 하던 세밑다운 분위기가 사라져 버렸다.

이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답게'가 사라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관료들은 관료답지 않았으며, 기업가는 기업가답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 위치와 역할에 맞게 사는 것을 잃어버리고 오직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웠던 결과가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기원전 1,300년경 트로이전쟁 당시 트로이연합군인 뤼키아인들의 왕 사르페돈은 그의 동료에게 “글라우코스여! 뤼키아에서 우리 두 사람이 윗자리와 고기와 가득 찬 술잔으로 남달리 존경을 받으며, 모든 이들이 우리를 신처럼 우러러본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아름답고 큰 영지를 차지하고 있는가? 그러니 우리는 지금 마땅히 뤼키아인의 선두대열에 서서 치열한 전투 속으로 뛰어들어야 마땅하오.”(호메로스, 일리아스 12권, 310행)라고 말하며 전투의 선봉에 나섰다가 전사한다. 이것이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다. 윗자리가 다만 존경과 부만을 누리는 권력의 장이 아닌 그에 따른 책임과 희생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줌으로써 자리에 걸 맞는 `~답게'를 보여준 영웅의 모습은 비단 사르페돈만은 아니었다.

일찍이 신라 경덕왕 24년에 충담이 지었다는 향가 `안민가'에도 `임금이 임금답게 신하가 신하답게 백성이 백성답게 할 것이면 나라가 태평할 것이라'고 노래하는 구절이 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 맞는 본분을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원칙이고 도리이며 이 나라를 지키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기본일 것이다. 정치가는 정치가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은 선생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이렇게 자신의 위치와 본분을 기억하고 지켜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격동의 세밑에 `너답게 행동 하라'고 꾸짖으시던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정유년 새해에는 나답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고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도 나답고, 자리에 맞는 `~답게'를 지키고 실천하는 해이기를 바래본다. 새해가 새해답게 새 마음, 새다짐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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