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팀장>
  • 승인 2016.12.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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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눈 올 것 같죠?” 오늘 아침 원고확인 문자의 첫 글입니다.

답글은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였습니다. 어제도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겨울 날씨 답지 않게 포근해서겠죠.

연륜이 있다 하죠. 나무의 나이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매년 자란 나이테의 간격이 다름을 볼 수 있습니다.

외부의 환경조건에 따라 달라지는데 악조건일수록 좁게 형성됩니다. 그렇다고 나무의 자람에 있어 움츠러든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왕성한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가뭄의 악조건이라면 멀리 있는 물을 찾아 뿌리를 뻗어나갑니다. 그렇게 자란 뿌리는 나무줄기와 가지를 강하게 받쳐주는 힘이 됩니다.

조건이 안 좋을수록 더욱더 근본을 강하게 하는 것이죠. 시련이 더욱 큰 목재로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추울수록 나이테는 촘촘하고 강한 생명력을 갖습니다.

추울수록 더욱 강한 힘을 응집해 냅니다. 내게 당면한 상황을 제치고 멀리 있는 미래의 희망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쌓인 연륜이 살아온 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나이테 하나에서도 참 많은 사연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에서 좋은 일보다는 힘들었던 일들이 많게 느껴질 겁니다. 저 역시 그러니까요.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데 조건은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니깐요.

유리 작업을 할 때 고열의 유리 형태를 잡아주는 것은 손바닥보다 좀 더 큰 나무판입니다. 고열의 온도에서 나무는 당연히 탈 수밖에 없겠죠, 어느 나무로도 그 열을 견뎌내기란 힘들 것입니다.

고열의 유리를 어루만지면서 서서히 형태를 잡아주는 나무판, 나무의 종류는 벚나무나 사과나무로 만들어집니다. 소위 잡목인 것이죠. 가능하면 질기게 자란 놈들로 말입니다.

거칠게 몰아치는 눈발과 혹서기를 잘 이겨낸 놈들이 좋은 재목으로 쓰입니다.

옹이가 많고 촘촘하다가도 넓은 간격의 나이테를 보면서 `참으로 모진 세상을 살았구나' `그래 나 또한 너와 다를 바 없는데' 하나의 나무판이 든든한 동료가 되는 까닭입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차 한 잔 우려냄에도 비료나 농약을 쳐서 길러낸 차나무의 잎보다는 척박한 토양에서 자란, 가파른 곳에서 따낸 잎에서 더욱 깊고 그윽한 향을 느낄 것 같습니다. 악조건에서 튼실하게 자란 놈에게서 따낸 것이니깐요.

힘들다는 말은 더욱 큰일을 할 수 있는 과정에서의 넋두리일 것입니다.

그렇게 연륜이 쌓여 어느 순간에는 커다란 나무가 되어 좋은 씀씀이를 나누게 될 것이니깐요.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죠.

춥다는 것은 시련이 아닙니다. 다부지고 건강한 재목으로 자라게 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추울수록 더욱 건강해집니다. 결속력이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온 세상 하얗게 눈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더욱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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