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끝자락에 서서
2016년 끝자락에 서서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12.26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김기원

2016년 열차가 종착역 플랫폼에 들어서고 있다.

어찌나 힘들고 고단하게 달렸는지 기적도 목이 멘다.

돌이켜보면 폭풍우와 격랑이 몰아친 질풍노도와 같은 한 해였다.

봄에는 저수지가 바닥을 들어낼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여름에는 찜통 같은 살인더위가, 가을에는 경주발 지진이 한반도를 덮쳤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기치 못한 자연재앙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민초들은 불안에 떨며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자 어처구니없는 인재가 터져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최순실과 그 끄나풀들이 국정을 유린하고 농단하는 어처구니없는 작태가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주권재민의 힘을 보여준 이른바 11월의 촛불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광장을 메운 서슬 푸른 촛불들은 국회로 하여금 임기 1년 2개월을 남겨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가결케 했고,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빠른 심리와 인용을 기세등등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무리 선출된 국가 최고권력일지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 국민이 불명예 퇴진시킬 수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찬바람과 눈비를 마다하지 않은 촛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퇴진 촛불만 있는 게 아니라 퇴진반대 촛불도 만만치 않게 있다는 사실이다.

양 극단의 촛불들이 헌법재판소의 확정판결을 앞두고 서로 키 재기하며 `누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며 세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다. 탄핵반대 쪽 촛불 수와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기는 하지만 양측이 물리적 충돌을 하거나 헌재의 심판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보혁갈등과 좌우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망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를 치유해야 할 정치권과 대권주자들은 대권과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를 저울질 하며 오히려 국면을 이용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라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미래를 밝혀야 할 촛불이 나라와 자신을 태우는 촛불이 될까 저어된다.

주지하다시피 2016년은 대변혁의 해였다. 우리나라에선 여소야대를 가져온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영국에서는 EU탈퇴를 결정짓는 브렉시트 선거가 있었으며, 미국에는 정치적 이단아였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모두 예상을 뒤엎는 이변을 낳았고 대변혁이 시작됨을 웅변했다. 대한민국도, 영국도, 미국도 아니 전 세계가 변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지구촌 축제인 리우올림픽이 있었고,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결도 있었다.

이처럼 환호와 감동도 없진 않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ㆍ일 간의 졸속 합의로 민족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사드배치 문제로 지역갈등과 국론분열이 극에 달했으며, 청탁금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과 조선업 구조조정이 시사하듯 수출부진 등으로 서민경제와 국가 경제에 많은 생채기가 났다.

어느 하나 속 시원한 게 없으니 2016년은 이래저래 고달프고 서글픈 한 해였다.

2016년을 촛불을 보내고 2017년을 다시 촛불로 맞이해야 하는 작금의 시국이 못내 안타깝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을 터, 2017년을 국운상승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년 상반기나 후반기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잘 치러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 훌륭한 대통령을 창출해내야 한다.

또한 시대에 맞는 개헌을 해 국가의 틀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

대통령도 개헌도 모두 국민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국민이 깨어 있어야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하여 2016년 끝자락에 서서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빈다.

우리 대한민국, 선량한 우리 국민을 어여삐 보살펴주시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