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선언 빨리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해야
포기선언 빨리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6.12.25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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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충북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이란 자본 2조원대 오송 투자와 청주 항공정비(MRO)단지 유치 사업이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20일 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이들 사업에 대해 “도가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 같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충북도가 조만간 이 두사업에 대한 `포기' 방안을 공식 선언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충북도가 이 두 사업을 사실상 포기할 의사를 갖고 공식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가 사석에서 도정 현안을 슬그머니 흘린 것은 언론을 통해 도민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단순히 분위기와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포기 선언을 하기에 앞서 `김 빼기'의도가 숨어 있다면 큰 오산이다. 도민들은 진정성이 묻어나는 사과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투자유치가 불투명하고 아시아나항공이 사업을 포기한 마당에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더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란의 외국에 투자할 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기업도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쯤에서 포기선언을 하는 게 낫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포기를 선언하더라도 충북도가 입을 손실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이번 투자유치 불발에 대한 책임론에 대한 파장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도의회는 경자청장 경질과 대도민 사과를 요구해 왔지만, 이시종 지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책임론에 대한 파장이 확산한다면 의회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일찍 포기선언을 하지 않은 이 지사의 탓이 크다.

MRO특위 위원으로 참가한 윤홍창 도의원은 “충북도는 청주국제공항 항공정비사업(MRO) 유치 실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MRO특위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탓이 크다. 도민 앞에 아시아나와 주고받은 문서에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MRO특위 위원장에게 자료를 열람 정도는 하도록 했어야 하는 게 옳다.

도의회와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충북도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얘기가 없고, 일각에서는 두 사업이 물 건너 갔다는 기류가 감지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충북도나 경자청의 시각은 시중 민심과 너무 멀리 괴리돼 있다. 윤홍창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경자청이 끝까지 감추고 버티자는 전략이면 아주 잘못된 착각”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들풀처럼 일어서는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지사는 가끔 사석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정 현안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으려는 의도보다는 주변의 반응과 여론을 떠보는 듯한 인상이 짙다. 당연히 언론이 받아 쓸 것까지 예상하고 얘기했을 것이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같은 전략을 자주 쓰면 신뢰가 떨어진다. 이란 투자유치 실패와 MRO사업 좌초에 대해 이 지사가 져야 할 공동책임이 무겁다. 그에 맞는 행동이 나왔어야 했다.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이는 이 지사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도민들이 지켜보고 엄중히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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