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목소리
  • 정명숙<수필가>
  • 승인 2016.12.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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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정명숙

어느 교회에서 치러진 결혼식엘 다녀왔다. 예식장에서 하는 것보다 조용하고 엄숙했다. 틀에 박히지 않은 목사님의 주례사는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빠져들게 했다. 축하객들이 함께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어 한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도 않았고 품위도 있었다. 무엇보다 온화한 표정과 사랑이 가득담긴 그분의 목소리는 맑고 고요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시절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어느 가수의 목소리만 듣고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지어버린 적이 있었다. 라디오가 귀했던 시절, 동네마다 스피커를 달아주고 유선방송을 내보내주던 아버지 덕에 단순한 방송시설이었지만 다른 아이들 보다 일찍 동요나 가요를 들었다.

그 당시 하숙생이라는 노래가 유행했었는데 우수에 젖은 노랫소리만 듣고 그 가수는 아마도 영화배우처럼 잘생겼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사람의 별명이 찐빵이라고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었다. 후에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을 때에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기억이 새롭다. 목소리의 위력에 놀라는 것은 요즘도 마찬가지다.

문학행사에 참석하면 시낭송과 수필 낭독이 빠지지 않는다. 낭송순서가 되면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목소리를 듣는다. 어느 사람은 작품은 뛰어나지만 낭송하는 목소리가 작거나 갈라져서 주옥같은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어느 사람은 낭창낭창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인해 별 것 아닌 글도 대단하게 만들어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평생 5백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한다. 말을 하는 목소리가 작고 속으로 웅얼거린다면 욕을 하는지 칭찬을 하는지 남들은 모르지 않겠는가, 자신감 없는 말소리에 상대방은 그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고인이 된 레이건대통령과 킹 목사의 연설하는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목소리도 듣기 좋지만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은 발음도 정확하고 분명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겐 인생의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그토록 확신에 찬 당당한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목소리는 청각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라하면 청각을 시각화 한 표현이다. 우리 주변에는 노래나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중에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칭찬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직업에 대한 열정으로 타고난 목소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려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눈물겹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팝페라 가수인 사라 브라이트만. 그리고 조수미가 거기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그들이 나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내게 진정한 마음을 담아 다정하게 말을 해 주는 사람의 목소리만 하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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