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반영호<시인>
  • 승인 2016.12.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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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서로 종자가 다른 우리 호금조와 금정조는 여전히 서로에게 우호적이다. 우호적이라기보다 도를 넘어 여전히 부부 사이처럼 지내고 있다. 과부와 홀아비일 적에는 몰라도 호금조 암컷을 넣어 주었는데도 암컷은 쳐다보지도 않고 금정조와만 어울린다. 이번엔 금정조 수컷을 구해다 넣어 주었다. 그런데 금정조 역시 수컷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호금조 하고만 지낸다.
 하도 신기하여 새를 구입한 새 장수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한번 지켜보자는 것이다. 금화조와 십자매 사이에서 금십조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아직 금정조와 호금조 사이에서 태어난 종이 없지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DNA가 다를 텐데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부모에서 자식으로 물려지는 특징, 즉 형질을 만들어 내는 인자로서 유전 정보의 단위이다. 그 실체는 생물 세포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가 배열된 방식이다. 유전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물려주는 현상인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이다. 이는 소프트웨어적인 개념으로, 예를 들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다. 여기에 비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 자체는 DNA가 된다. 유전자는 DNA를 복제함으로써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DNA는 이중나선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이 이중나선이 풀린 후 각각의 사슬이 연쇄적으로 다시 이중나선으로 합성됨으로써 DNA가 복제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종자가 서로 다른 동물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있으니 대표적인 게 노새다. 노새는 수당나귀와 암말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다. 크기는 말만 하나 귀와 꼬리, 우는소리는 나귀를 닮았다. 몸이 튼튼하고, 아무것이나 잘 먹으며 힘이 세다. 몸 색깔은 어두운 갈색이다. 노새는 3,000년 전부터 소아시아에서 짐을 나르는 동물로서 사용되어왔으며 현재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짐을 끄는 다른 동물들이 견딜 수 없는 조건도 잘 견디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다 귀한 잡종인 버새는 노새보다 작고, 암탕나귀와 수말의 교배에서 얻어진다.
 또 라이거는 무엇인가. 수사자와 암호랑이를 교배시켜 생겨난 종이다. 반대로 수호랑이와 암사자의 교잡으로 태어난 것이 타이곤 이다. 이들은 동물원에서 이루어진 잡종이다. 야생상태에서는 사자와 호랑이의 서식처와 행동의 차이가 교배를 불가능하게 하므로, 이러한 교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라이거와 타이곤은 양부모의 형질을 다양한 비율로 가지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부모보다 크고 검은 편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라이거나 수타이곤은 번식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암컷은 아주 드물지만 새끼를 낳기도 한다고 한다.
 이들을 잡종이라 하는데 이외에도 소와 아메리카들소 사이의 잡종인 버팔로가 있다고 들었다. 잡종은 생물학에서 다음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첫 번째는 서로 다른 계통 간의 교배로 태어난 동물이나 식물을 뜻한다. 같은 속에 속하는 다른 종 사이의 잡종을 종간잡종이라 하고 같은 종 내의 다른 아종 사이의 잡종을 종내잡종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속 사이의 잡종이나 드물긴 하지만 서로 다른 과 사이의 잡종도 발견된다. 두 번째는 동일 종 내에서 서로 다른 품종이나 재배종 사이의 교잡종을 말한다.
 기대가 크다. 정말 저러다가 금정조와 호금조 사이에 새끼가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성격이 와일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금정조와 호화로운 색깔로 화려하지만 여린 호금조다. 종족을 마다하고 죽자사자 붙어다니는 이놈들은 못 말리는 찰떡궁합이다. 만약 새끼가 생산된다면 새 이름을 무어라 지을까. 금호조? 아니다. 라이거나 타이곤처럼 대개 수놈 이름이 먼저 나오니 호정조가 맞지 않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1퍼센트의 기대감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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