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나라가 되게 하소서
이런 나라가 되게 하소서
  • 임성재<칼럼리스트>
  • 승인 2016.12.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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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이틀 후면 성탄절이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날이다. 이때가 되면 거리엔 캐럴이 흘러넘쳤고,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며 이웃들과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 또 외롭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서 얇은 지갑을 열어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마음들이 일렁거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일들은 추억거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올해는 성탄이 다가왔는지, 연말이 다가왔는지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그렇다. 취업난과 실업난은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은 날로 늘어나지만 기업들은 사상최대의 현금보유액을 곳간에 쌓아놓는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소득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거기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외쳐야하는 정치현실은 차가운 겨울 날씨보다 더 싸늘하다.
 이것은 모두 소통의 부재(不在)가 원인이다. 마음과 마음이 올바르게 통하지 못함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했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자기가 아는 측근 몇몇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소통했을 뿐이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권력의 눈과 귀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권력과의 더러운 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부를 세습하고 지켜나가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부를 키워준 노동자와 국민들의 목소리와 아픔은 외면해버렸다. 또 우리는 나만, 나의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이렇게 대통령도 재벌도 기업가도 우리 서민들도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했을 뿐 사회와 소통하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는 외눈박이로 살아왔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보다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모른다. 우리는 다니는 길만 다녔다. 그래서 우리보다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을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났다. 그래서 우리보다 더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보다 가난한 이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가난해도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길은 권력을 가진 자나, 부를 가진 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소외된 자, 작은 자, 가난한자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과 부가 나와 내 측근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행복을 위한 도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中略>……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中略>……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中略>……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大統領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 시인의 『산문시<1>』이다. 1968년, 박정희 군부독재의 서슬 파랬던 시절에 시인은 이런 나라를 꿈꿨나보다. 그런데 48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이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단 한글자도 바꿀 곳 없이 간절히 유효하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차가운 거리에서 드는 촛불이 바로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쳐놓은 담장을 부수고 우리 모두가 서로 소통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보듬으며 위로한다면 그 날들은 매일 매일이 성탄절이 될 것이다. 겨울이면 더 추워지고 더 외로워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따스한 시간이 만들어질 그런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어본다. 올 해는 거리에서 밝혀든 촛불이 성탄절의 의미를 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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