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물고기
개와 고양이의 물고기
  • 김경수<시조시인>
  • 승인 2016.12.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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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개와 고양이가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여러 날 아무것도 먹지 못해 금방이라도 쓰러져 죽을 것 만 같았다. 그렇지만 여행은 중단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하늘이 내린 명령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물고기를 발견하였다. 고양이가 덥석 물고기를 먹으려고 집어 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까치가 엿보고 있었다.

개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안 돼! 아무리 주운거라도 우리 것이 아니야”

“뭐가 안 돼? 배가 고파 죽겠는데”

“안 돼! 주인 없는 물건에 손을 대면 죄야”

“주인이 따로 있나? 주운 놈이 주인이지”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자”

“주인을 기다렸다가 조금 얻어 먹자”

고양이는 하는 수 없이 개가 하도 말리는 바람에 따르기로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양이가 말했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지겠어, 이러다 우리가 다른 짐승 밥이 되겠다”

“하는 수 없지, 우린 그냥 떠날 수밖에 없어”

“이 바보야! 먹을 걸 그냥 두고 가란 말야? 배가 고파 죽겠는데?”

“하지만 어떡하니? 우리 것이 아니잖아”

개와 고양이는 물고기를 놓고 떠났다.

고양이는 가다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멍멍아, 나 잠깐 다녀올 때가 있어”

고양이는 달려갔다. 까치가 물고기를 향해 날아가려는 순간 고양이가 물고기 앞에 도착했다.

고양이는 물고기를 보자마자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반을 남겨 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개는 너무 지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고양이가 개에게 다가 갔을 때 개는 이미 죽어 있었다. 고양이가 울면서 말했다.

“바보야, 그러니까 내가 먹자고 했잖아!”

그때 여우가 물고기를 찾으러 와 두리번거렸다.

까치가 여우 앞에 나타났다. 여우가 말했다.

“너 여기 있는 물고기 못 봤니?”

“고양이가 하나도 안 남기고 신나게 먹던데”

“고양이는 어디로 갔니?”

“저기 저 고개로 갔어”

여우가 고양이를 만났다.

“내 물고기 내 놔, 네가 먹었다면서?”

“누가 그래? 거짓말이야”

그때 까치가 나타났다.

“그래 내가 봤다, 니가 가다 말구 돌아와서 물고기를 먹는 걸 다 봤다구”

고양이는 개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고양이는 죗값으로 여우가 시키는 일을 해야만 했다.

개는 정직과 원칙적인 규범을 고집하다 굶주림에 지쳐 그만 죽고 말았다. 고양이는 부당하게 얻은 것을 슬그머니 넘기려다 여우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세상은 정직하게 살려고 하면 때론 경우에 따라 고지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취급 받을 때도 있고, 그렇다고 실리를 취하기 위해 한 쪽 눈을 감고 얼렁뚱땅 살다가 수치와 봉변을 당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우린 저마다 살아가는 가치관과 판단이 다르다. 이럴 때 어떤 지혜가 필요한 것인지 매우 궁금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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