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당한 문재인
너무 당당한 문재인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6.12.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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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여론조사에서 지난주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40%로 나타났다. 민주당 계보의 정당이 지지도 40%를 넘긴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 이후 18년 만이라고 한다.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새누리당을 앞섰고, 호남에서도 국민의당을 압도했다. 연령별 지지도에서도 60대 이상을 제외한 20~50대에서 두루 1위를 차지했다. 새누리당(15%)을 2배 이상 앞서는 결과가 나오다보니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집권은 따논 당상이라는 전망이 힘을받고 있다.

덩달아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도 여론조사에서 상종가를 치고있다. 언행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미 대통령이 된 것 같다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거침없고 자신만만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진다. 그제는 한 월간지에서 도울 김용옥 교수와 문답한 인터뷰 내용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국민의 헌법의식이 곧 헌법”이라며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에는 혁명밖에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돼 북한과 미국 중 어딜 먼저 가겠느냐'는 질문에는 주저없이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했다. “사전에 미국·일본·중국에 충분한 설명을 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중도와 보수의 눈치를 살피던 얼마 전까지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발언이었다. 탄핵은 실현돼야 하고 최악의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이 화급하다는 그의 생각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가 갑자기 혁명을 헌법의 우위에 두는 급진파로 돌변한 배경에는 의구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지금 탄핵에 앞장선 선봉장 행세를 하고있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가 실패할 경우 닥칠 후폭풍을 우려해 탄핵 추진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대통령에게 거국증립내각을 촉구하다 질서있는 퇴진으로 입장을 바꾸고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하겠다는 선까지 양보했던 그 였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을 결단하고 사상 최대 시민집회가 이뤄지고 나서야 그에게서 비로소 탄핵 불가론이 터져나왔다. 대선을 염두에 둔 책략에 골몰하다 마지못해 탄핵 대오에 합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에 승리를 안긴 장본인으로서 이번 사태에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람이다. 그는 당시 야권내 최대 라이벌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안철수의 양보를 얻어내며 역대 가장 안정적 기반에서 선거를 치르는 야당 후보로 꼽혔다. 여론조사 등 선거 전망과 분위기 역시 그에게 우호적이었다. 낙승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청년과 중도를 감동시킬 비전 제시에 실패했고, 위기감에 몰린 보수의 결집에 대비하지 못했다. 당시 진보 진영에서는 차라리 안철수가 양보를 받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적지않았다.

그러나 여태까지 `지금 국민 입장에서는 너무도 뼈에 사무친' 그 패배에 대해, 그가 어떤 성찰을 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야당 지도자로서 그동안 청와대와 비선의 국정농단을 견제하기는커녕 낌새조차 채지 못한데 대해서도 진정어린 참회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에 문 전 대표를 인터뷰한 도울도 “최순실 게이트를 초래한 역사 흐름에 대해 참여정부와 그대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문 전 대표는 지금 대놓고 당당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석고대죄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거운 책임의식을 곱씹으며 겸허하고 신중한 처신으로 자중해야 할 사람이다. 헌법이 권한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를 혁명 운운하며 압박하는 것은 스스로 헌법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이자 `언어도단'이다. 혁명은 이미 시민이 무능한 정치를 대신해 부패한 권력에 책임을 묻고 탄핵소추를 일궈낸 순간 이뤄졌다. 그 다음의 과정까지 촛불에 의지해 전개하겠다는 말은 너무나 무력하고 무책임하게 들린다.

문 전 대표는 촛불의 심연을 더 냉철하게 헤아리기 바란다. 지금 민심이 그와 민주당에 부여한 과제는 당의 문호와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공정한 룰을 만들어 강호의 인재를 모으고 그 중에서 작금의 국난을 극복하고 새 시대를 일궈갈 유능한 리더를 창출하는 일이다. 얄팍한 계산으로 자파 결속에만 골몰하며 차기 권력에 집착한다면 누구 처럼 시대를 역주행한 인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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