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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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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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의 행복
윤 승 범 < 시인 >

세월은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은 세월에다 선을 긋습니다. 그 선을 그은지 2007개가 되었습니다. 그 선 위에서 사람들은 뭔가를 결심하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어찌보면 부질없는 일 같기도 하지만, 인간이기에,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그 선 위에서 우리는 새 소망을 그립니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많은 것을 다짐합니다. 못된 것은 바로 잡히기를 바라고 부족한 것은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흐지부지 작심삼일(作心三日)격으로 그치기 일쑤입니다. 저도 그런 작심삼일격이지만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도 압니다. 그렇다고 바라는 것을 말하는 것까지도 못한다는 것은 너무 서러운 일이겠지요.

그저 이 땅 위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줄어들기를, 추운 곳에서 떠는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었기를, 그리고 우리 누이들 밤길 걸을 때 좀 더 평안하기를, 더운 나라에 파병간 아들들이 이제는 돌아오기를, 더 이상 헛된 꿈을 꾸면서 로또를 긁는 사람이 없기를, 있는 사람들은 조금 덜 갖고, 조금 덜 갖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 더 갖기를 바랍니다.

파지를 줍는 노인을 위해서 더 많은 파지가 널려있기를, 혼자 살다가 돌보는 사람없이 죽어가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CC TV가 더 많이 보급되기를, 보험 안 되는 난치병을 앓다가 가산탕진하지 않기 위해 보험 혜택이 늘기를, 수입되는 쇠고기에 뼛조각이 없기를, 많은 힘을 가진 나라가 부리는 횡포를 막아낼 자존심이 있기를, 그리고 이제 그만 싸우고 산적해 있는 민생 현안들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하얀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 김남주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중에서

이젠 그렇게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 더불어 함께 사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헛된 바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소망을 갖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은 아니겠지요 그런 소망이 깨지지 않는 작심삼일 동안은 행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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