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직접 민주주의론
떠오르는 직접 민주주의론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12.14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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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지난 10일 모임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다음날이었고, 모임 참석자들은 다시금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의 힘에 대해 공감했다.

촛불집회는 2만명에서 시작해 232만명으로 급속하게, 그리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에도 광화문에서만 70만명이 모일 정도로 강한 지속성을 갖고 있다.

또한 많은 참가자들은 이참에 구시대의 악폐가 확실하게 사라지기를 원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응징'에 그치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촛불집회의 민심이 현장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사이버상에서의 민심이라는 거대한 `백그라운드'가 동시에 존재했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안 통과라는 극적인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광화문뿐만 아니라 청주, 전국 곳곳의 촛불집회는 언론사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하면서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정국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집단지성이 SNS라는 강력한 도구를 만나 현실정치에 엄청난 압력을 가했고, 민심이 폭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직접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새삼스럽게 관심을 끌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신당을 창당하면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필요성을 밝히기는 했지만, 사실 이런 논의는 충북에서도 수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직접 민주주의는 국민의 직접적인 투표를 통해 개개 법률에 대한 승인과 거부, 즉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 체제를 말한다. 직접 민주제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아테네의 민회(民會)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고, 게르만 민족의 민회에서도 그 자취를 엿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타운 미팅 이외에도 여러 주에서 주민투표제라는 직접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충북의 직접민주주의 전도사라고 할만한 서원대 조규호 교수는 촛불항쟁 과정에서 청주 성안길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게 하는 마당을 만들기도 했다.

조 교수는 지난 2014년 충청타임즈에 쓴 칼럼에서 “우리는 주권이 있되 4, 5년마다 시행하는 선거를 통해서만 그것도 그들의 전략에 속아 행사할 수밖에 없고 나머지 기간은 그들 소수의 권력독점가들에게 통제를 받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종속인 처지다”라고 일갈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898년 3월 10일 서울 종로에서는 1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국가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토론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만민공동회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직접민주제 실행이라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당장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어느 때 보다도 크지만, 대의민주주의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감도 큰 게 사실이다.

다만, 조 교수가 제안한 것처럼 국가적 단위 및 해당 광역시도 단위의 정책 현안에 대해 우리가 모여 해결방안을 위한 발의와 토론, 그리고 전체의 의사결정을 통해 만들어진 대안을 정부나 국회에 제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꾀하는데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더욱 더 많이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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